한국당 필리버스터에 국민들 외면…당내선 "협상으로 출구 찾아야" 목소리
협상론 등장하며 대응 한계 지적…김성태 "협상 성과로 승패 판가름"
2019-12-02 15:53:55 2019-12-02 15:54:4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전략을 추진한 이후 민생법안이 기약없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당 내부에선 "협상으로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필리버스터 전략으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끝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 '협상론'이 새로운 전략으로 대두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협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며 "그렇게 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삭발·단식·집회, 이 모든 것이 야당으로서 국민과 함께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며 "협상력 제고를 위한 수단들이 결코 제1야당의 목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상은 지도자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권한이자 막중한 책임"이라며 "그 결과 여야간의 협상에서 성과로서 승패가 판가름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내 일부 의원들도 협상론에 힘을 실었다. 한국당의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협상은 협상대로 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 기간에도 두 개 악법(선거법·공수처법)을 막기 위해 여야간 협상은 계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도 "사실 협상하기 위해서 지금처럼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것 아닌가"라며 "여야간 의견 차이가 커서 협상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협상 가능성은 항상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29일 본회의 직전 상정된 199개 안건 전부에 필리버스터를 요구했다. 패스트트랙 안건이 상정되기 전이었지만 미리 다른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적용해 패스트트랙 안건 상정을 최대한 저지하기 위해서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필리버스터는 종국적인 저지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예산은 3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으로 확정이 돼 버린다. 남는 것은 민생 법안인데 그것을 필리버스터로 계속 막을 수 있을지 악화되는 여론을 어떻게 감당할지 그것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야당의 정치력과 지도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법 106조 2항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를 실시하는 중에 회기가 종료되면 필리버스터는 종결된 것으로 보고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로 넘어가 바로 표결처리해야 한다. 또한 이같이 넘어온 안건에 대해서는 다시 필리버스터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당은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으로 올라온 법안 등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황교안 대표가 이날 단식 투쟁을 마친 후 당무에 복귀하면서 더 강경해진 분위기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은 야당이 민생법안을 가로막는다고 거짓 선동을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합법적인 필리버스터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탈법적·반민주적·비민주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민주당 본회의 거부 규탄대회 및 비상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민식이법 처리를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제안도 했는데, 이를 거절하고 감성팔이만 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원포인트 민식이법을 처리하고 필리버스터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당은 평화롭고 합법적인, 모든 저항 수단을 쓰겠다"며 "더 가열찬 국회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당에선 이날 박맹우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제 우리당은 변화와 쇄신을 더욱 강화하고 대여 투쟁을 극대화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와 있다"며 "한국당 당직자 전원은 새로운 체제 구축에 협조하기 위해서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사퇴한 당직자는 박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24명과 원외 인사 11명 등 총 35명이다. 사퇴 명단에는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도 포함됐다. 그는 최근 당내 쇄신과 혁신을 추장하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당장 당직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본회의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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