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일본자동차 브랜드들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면서 불매운동이 무색해지고 있다. '폭탄할인'을 시작한 후 지난 10월 기점으로 서서히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차 브랜드들은 전월보다 19.2% 증가한 2357대 팔린 것으로 4일 집계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56.4% 판매량이 떨어지긴 했지만 지난 9월 전년 동월보다 59.8% 급감한 1103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다.
특히 닛산코리아가 287대 팔리며 전월보다 무려 106.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브랜드 중 가장 인기가 많은 토요타도 780대 팔리며 전월보다 판매량이 91.2% 늘었다. 닛산 고급브랜드 인피니티와 토요타 렉서스도 지난 10월보다 각각 89.3%, 13.8% 판매량이 증가했다.
유일하게 판매량이 줄어든 일본 브랜드는 혼다로 전월보다 43.8% 감소했다. 지난달은 주춤했지만 혼다는 최대 1500만원 상당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지난 10월에는 전월보다 무려 385.5% 오른 806대를 팔아치운 바 있다.
일본 브랜드들은 불매운동이 본격화한 지난 7월부터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였는데 8월에는 전년 동월보다 56.9%, 9월 59.8%, 10월 58.4% 판매량이 줄었다. 렉서스의 활약으로 올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하며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매운동이 직격타를 날린 것으로 풀이된다.
타격이 심해지자 일본 브랜드들은 지난 10월부터 파격적인 할인에 나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재고떨이'도 시작했다.
판매 부진에 '철수설'까지 나왔던 닛산은 출고가 5340만원인 '패스파인더'를 자사 파이낸셜로 구매하면 1700만원 주유권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혜택을 적용하면 현대차 '싼타페'와 비슷한 가격대에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중형 SUV '엑스트레일'도 최대 1230만원, 대형 세단 '맥시마'와 중형 세단 '알티마'도 300만원대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차 브랜드들이 '폭탄할인'에 나서면서 불매운동으로 꺾인 판매량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 사진은 렉서스 'ES300h'. 사진/렉서스
인피니티도 최대 1000만원 할인에 나서면서 지난 10월부터 실적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주력 세단 'Q50'은 조건에 따라 최대 1000만원 저렴하게 판매하고 'Q30'은 300만원, SUV QX 시리즈도 모델에 따라 300~600만원 할인한다.
혼다는 주력 차종 '어코드 1.5 터보'를 연말까지 600만원 할인하는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파일럿'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최대 1500만원 할인에도 나섰다.
토요타도 주력 SUV 'RAV4'는 500만원 저렴하게, 그동안 할인을 거의 하지 않았던 '캠리'와 '캠리 하이브리드'도 200만원 할인하고 있다.
좀처럼 할인을 하지 않던 렉서스도 일부 모델에 4% 할인을 적용했다. 다만 주력 모델인 'ES300h'는 큰폭의 할인은 하지 않는다.
아울러 불매운동 이후 중단했던 마케팅도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토요타는 공식서비스센터를 통해 타이어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무상점검하는 이벤트를 최근 시작했고 렉서스도 무상점검 서비스 시작을 최근 알렸다. 인피니티도 겨울을 맞아 차량 점검에 나서는 고객을 대상으로 수리비 할인과 트랜스미션 오일 교환 할인 등의 서비스를 시작한다.
닛산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마케팅을 자제할 계획"이라면서도 "본사 방침에 따라 내년부터는 마케팅을 다시 조금씩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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