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8일 이틀째 열렸지만 큰 것 한 방 없이 진행되고 있다. 삼권분립 훼손 논란과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역 택지개발 개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야당의 철저 검증 예고로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지만 큰 논란이 일어날 만한 질의 답변은 없었다. 이날 청문회가 마무리된 뒤 여야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는 전날 자유한국당이 의원들이 제기한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역 택지개발 개입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한국당은 그 근거로 지난해 감사원에서 화성시 동탄지구 택지개발 사업에 관한 감사보고서에서 특혜성 택지공급이 이뤄졌다는 감사결과와 함께 정 후보자가 화성시 관계자와 건설업자들이 동석한 화성시 한 체육시설에서 또 다른 건설관련 브리핑을 받는 사진을 제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정 후보자는 "참 기가 막힌 일이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여러 번 소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혹 제기에 대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김 후보의 어제 발언에 안타깝다고 유감표시를 하려했는데 그럴 마음이 싹 없어졌다"며 "청문회가 더 오염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김 의원이 제시한 사진은 2017년 6월1일 자이고, 이 개발 프로젝트는 2015년 추진된 것"이라며 "2년이나 시차가 있다. 2015년 일어난 일을 2017년에 연결하는 것은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정 후보자가 2018년 동료 의원 50명에게 총 1500만원을 후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이를 '절세 후원'이라고 언급하며 "일종의 편법·꼼수를 쓰면서 세금 절세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이 곱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정치자금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후원)한 것"이라며 "(후원한) 후배들로부터 후원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야당은 국회 운영의 중립성 문제를 집중 부각했다. 이에 정 후보자는 "국회선진화법만 지키다 보면 국회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된다"며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에서 '동물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고,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로 만든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해선 "다 잘한다고 말씀드리긴 어렵겠지만, 대체로 잘하고 계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단계적 남녀 동수 내각에 대한 질문에는 "현 정부 내각 여성 장관들이 일을 잘하신다고 한다"며 "중앙정부부터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문제에 대해선 "우리 형편에 맞게 어떻게 적절하게 '에너지 믹스(조합)'를 해서 전기를 공급할 거냐, 에너지 가격은 어떻게 유지할 거냐, 아주 종합적으로 가야 한다"며 "원자력발전만 예찬하는 것도 적절치 않고, 신재생에너지만 예찬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선 "정부가 함께 하고 노사단체가 참여해 합의안을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신속하게 처리해서 혼란 없이 제도가 안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더물어민주당은 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종료 이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된다면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총리가 4월 총선에 출마하려면 16일 이전에 물러나야 하는 만큼 그때까지 후임 총리 인준을 마무리하기 위한 수순이다. 일각에서는 10일 표결 추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법 절차상 해석이 분분하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경기도 화성 동탄 택지개발 사업 비리의혹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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