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국내 정수기 시장이 지난 2016년 2조원대에 진입할 정도로 규모 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가운데, 기능 문제와 관련한 소비자 민원 역시 잇따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수기가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온 만큼 제조업체의 품질 관리가 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보급된 정수기 수는 약 700만대에 달한다. 연간 200만대가 판매되고 있는데, 2016년 2조2000억원이었던 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는 올해 2조4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 피해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5년 정수기 피해 구제 건수는 337건이었는데, 2018년 그 수는 683건까지 늘어났다. 피해 유형도 다양했지만 그 중에서도 정수기의 품질과 관련된 피해가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품질 문제 중에서는 △정온, 냉온수, 제빙 등의 기능 불량이나 성능 미흡, 기기 오작동 등의 하자가 가장 많았고 △정수된 물의 맛이 이상하거나 냄새 발생, 음용 후 배탈 △소음 발생의 경우가 뒤를 이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직수정수기 곰팡이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업체들은 직수정수기를 이용시 일반 정수기보다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고 홍보해 왔지만, 냉각기에 설치된 단열재로 인해 정수기 내부에 물이 맺히며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고객 불안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얼음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얼음을 만들기 위해 정수기 안에 탑재된 냉각구조물에는 니켈 도금이 돼 있는데, 조립 과정에서 도금 손상이 발견된 것이다. 다행히 위험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 역시 소비자 우려를 사는 계기가 됐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 2018년 한국물기술인증원을 설립하고 정수기 제조업체 품질을 검사하고 있다. 정수기 품질 검사 단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전과정에 걸쳐 정수기 안전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원도 곰팡이 논란의 경우 정수기 업계 공통의 문제로 보고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수기사업자정례협의체’를 구성, 논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별개로 업체별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체들이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가 겉으로 봐서는 매끈하고 가격도 비싸서 좋을 것 같지만 이는 착각”이라면서 “정수기 속 필터나 내부 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청소하기가 까다롭다. 업체에서 이런 부분들을 신경을 잘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바디프랜드에서 출시된 ‘W냉온정수기 브레인’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바디프랜드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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