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남매의 난'과 '모자의 난'을 겪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학사 학위 취소라는 악재를 추가하며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놓였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다른 주요 주주와 회동하며 압박을 가하는 가운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조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9일 항공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을 결정하는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 전 부사장과 주요 주주들이 지분율 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는 조 회장 인하대 학사 학위가 정당하지 않다며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교육부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결을 내렸다. 앞서 교육부는 2018년 조 회장의 인하대 편입학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인하대에 학위 취소 처분을 통보했고, 조 회장은 이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1월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조 회장이 권익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으로 맞서기로 하며 학사 취소 여부 결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지만 경영권 분쟁을 겪는 현 상황에서는 악재를 추가한 셈이다. 학력 위조나 부정 편입학은 사내이사에 오를 수 없는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주요 주주와 회동했다고 알려지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불이 켜졌다. 사진/뉴시스
여기에 경쟁자 조 전 부사장이 단일 최대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3대 주주 반도건설과 최근 회동한 것으로 알려지며 조 회장 위기설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조 전 부회장 지분은 6.49%로 조 회장 6.52%와 큰 차이가 없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조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을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17.29%를 보유한 KCGI, 8.28% 보유한 반도건설 지분까지 모은다면 조 전 부사장은 43.84% 지분율을 가지게 된다.
다만 KCGI가 한진가의 윤리 경영을 문제 삼으며 출범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의 편에 서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다. 반도건설도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인연이 깊었던 만큼 조 전 부사장보다는 조 회장의 우군일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3월 열릴 주총에서 조 회장은 출석한 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연임을 할 수 없다. 지난해 주총 참석률이 77%이었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38.5% 이상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0%와 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 4.15%를 더하면 조 회장은 20.67%를 가지게 된다. 과반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17.83%를 더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조 회장도 KCGI, 반도건설 등 주요 주주는 물론 소액주주의 표를 얻기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에게 호텔과 레저 사업을 떼주는 것으로 가족 지분율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공을 들였던 기내서비스나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등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총괄부사장,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본부장을 역임했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몰아주고 델타항공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면 조 회장은 38.94%를 확보할 수 있다.
가족과 손을 잡지 못한다면 KCGI, 반도건설, 국민연금과 연대하거나 소액주주로부터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이 경우 지배구조 개선안, 수익성 강화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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