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용 정치사회부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과 광주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며 본격적인 정치 복귀 행보에 나섰다. 안 전 대표가 전날 귀국한 뒤 이날까지 내놓은 메시지를 보면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들겠다", "미래세대의 앞날을 열어나가겠다"로 요약된다. '실용적 중도 정치'와 '미래'라는 단어가 안 전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인 '새정치' 구호를 대신해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실용적 중도' 역시 명확한 지향점을 제시한 정치적 메시지는 아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실용적 중도'라는 선언만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얻는 건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오히려 지금까지 안 전 대표의 행보만 보면 '어게인 국민의당'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안 전 대표가 이날 첫 공식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택한 건 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우선 참배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창당 때 높은 지지를 받은 호남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기 위한 행보이지만 과거 지지 기반인 호남의 민심을 얻어 정계 복귀의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호남을 기반으로 중도개혁을 지향한 국민의당을 정치 재개의 시작점으로 삼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안 전 대표가 다시 제3지대 독자 세력화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만하다. 거대 양당이 아닌 제3당으로서 총선을 치른다는 것은 고난의 길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아닌 단순히 '제3세력'이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떤 대안을 가진 '제3세력'이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민주당과 한국당 등 양당 사이 정치공간만 노렸지 대안 없이 명멸한 제3세력 깃발은 한둘이 아니었다.
이러한 점에서 안 전 대표가 제3세력의 지향점으로 제시한 '실용적 중도 정치'의 의미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내세운 실용을 '이념' 대신 '문제해결 능력'을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했지만 이전 국민의당이 국회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고, 소위 '중도'라는 표현도 민주당과 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여론의 틈새를 파고들겠다는 구호에 불과하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현충원 참배 이후 "방향을 잡지 못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중도를 말하면서도 '좌로 우로 왔다갔다'해 선거 전략이 꼬였던 과거의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안 전 대표는 하루빨리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노선과 방향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
박주용 정치사회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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