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연합군'의 위엄…한진, '확' 바뀌나
조현아, KCGI-반도건설 연합군 결성
경영권 넘겨주고 KCGI 요구 따를 가능성↑
2020-02-03 05:55:16 2020-02-03 05:55:16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회심의 카드'는 결국 '연합군 결성'이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반기를 들어온 KCGI는 물론, 또 다른 대주주 반도건설과 손을 잡은 것이다. 전문경영인에게 그룹의 경영을 맡긴다는 초강수를 두어 가며 얻은 결과물이다. 이들 3자의 그룹 지분율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물론 다른 주주들을 압도한다.   
 
만약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조현아 연합군'의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전문경영인의 권한 범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을지라도 표면적으로 한진그룹 일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3대에 걸친 경영이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만큼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일격은 동생 조 회장에게는 큰 타격인 셈이다. 
   
2일 항공업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강성부펀드인 KCGI, 반도건설과 연합한 후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을 요구하겠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공동 입장문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KCGI가 그동안 주장한 전문경영인 제도 도입에 고민 끝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건설 또한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3자 연합군이 결성됐다. 아울러 이들은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으로 한진그룹을 경영하겠다고 밝혔다.
 
한진칼 주식에 대해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고도 공시했다. 조 전 부사장은 6.49%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KCGI(17.29%), 반도건설(8.28%)을 합치면 32.06%의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반면 조원태 회장 보유 지분율은 6.52%다. 여기에 재단 등 특수관계인(5.31%)과 우군으로 분류하는 델타항공(10%)을 합치면 21.83%로 조 전 부사장보다 크게 불리한 상황이다.
 
 
조현아, 경영권 내려놓고 조원태 밀어내기
 
이처럼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연합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KCGI가 조현민 한진칼 전무 '물컵갑질' 사건 이후 조 전 부사장 '땅콩회항' 등 총수 일가의 도덕성을 비판하며 설립된 사모펀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접촉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이후에도 실제 이들의 연합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이 많았다.
 
조 전 부사장과 KCGI가 손을 잡은 것은 조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공동 입장을 밝히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겠다고 한 것도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빼앗은 뒤에도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주로만 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CGI는 그동안 총수 일가 경영 배제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이밖에 KCGI가 그동안 제기했던 요구 사항도 대부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지배구조 개선과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요구해왔다.
 
KCGI는 이번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사외이사 선임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우 한진칼 사외이사도 물러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인 이 이사는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과 경복고 동문으로 알려져 있으며 10년 이상 자리를 유지했다.
 
아울러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 1명, 일반주주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2명, 외부 전문가 3명까지 총 6명으로 구성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하고 임원 보수를 책정하는 보상위원회를 두자는 제안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고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시너지가 낮은 사업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KCGI는 이들 사업의 수익성이 낮다며 정리를 요구해왔다. 다만 호텔 사업은 조 전 부사장이 애착을 가지고 있어 변수가 있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연합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졌다. 사진/뉴시스
 
이명희·조현민 도와도 국민연금 변수…조원태 '첩첩산중'
 
조 전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잡으며 조 회장은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지분율에서도, 명분에서도 크게 밀리기 때문이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 전무에게 긴급 SOS를 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이 고문은 5.31% 조 전무는 6.47%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힘을 실어주면 조 회장은 33.61%를 확보하며 조 전 부사장보다 약간 유리해진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 연합군과 불과 1.55% 차이라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컵갑질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조 전무는 조 회장이 회장직에 오른 후 한진칼로 복귀했기 때문에 힘을 보탤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고문은 이른바 '크리스마스 꽃병 사건'으로 갈등이 격화했고 조 전 부사장과 사이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조원태 회장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하다.
 
여기에 4.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변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총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다. 하지만 이어진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전 회장 측근 석태수 대표 사내이사 재선임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소액주주도 조 회장 연임 반대표가 약간 앞설 것으로 관측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진칼 주총 사례를 참조해 소액주주는 불참 13.14%, 조원태 연임 찬성 8.2%, 연임 반대 9.12%로 나눠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조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지난해 주총 참석률인 77.18%를 기준으로 가정하면 조 회장은 최소 38~39%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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