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 산업계에 걸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접목 움직임 속 제약업계 역시 잰걸음을 내고 있다. 공격적 인수합병부터 지분투자, 공동개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한 인공지능 분야 공략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분위기다.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과 GC녹십자그룹, SK그룹, 일동제약그룹 등은 최근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각 사가 보유한 의약품 개발 노하우와 AI 기술의 혁신성을 더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GC녹십자헬스케어는 이달 총 2088억원을 투자해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를 인수했다. AI를 활용한 빅데이터 솔루션 기업 흡후를 통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고도화 한다는 방침이다. 지주사인 GC(녹십자홀딩스)와 IT를 기반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녹십자헬스케어가 직접 투자에 나서 시너지 극대화를 노린다.
SK그룹의 지주사 SK(주)는 지난해 11월 AI 기반 신약 개발사 스탠다임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등 다수 바이오 계열사를 보유한 만큼 다양한 협업 모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스탠다임이 AI부터 생물, 화학, 시스템 등 고른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협업을 통해 신약 개발 효율성 향상이 기대된다.
유한양행은 AI 기발 플랫폼 개발업체 신테카바이오에 5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양사는 앞서 지난 2018년 4월에도 신약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상장한 신테카바이오는 JW외제약, CJ헬스케어 등과도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 역시 신테카바이오에 이어 캐나다 사이클리카와 AI 활용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개발 파트너를 다각화 하고 있다.
일동홀딩스는 지난해 12월 AI 및 임상약리 컨설팅 스타트업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다. 애임스바이오 출범 6개월여 만의 일이다. 인체와 약물 간 상호작용을 다루는 임상약리학을 기반으로 후보물질 탐색, 연구결과 해석, 임상 디자인 등을 진행하고 신약개발을 돕는 애임스바이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가 AI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신약개발 기간 단축에 있다.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의 기간과 1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특히 본격적인 임상에 앞서 후보물질 발굴에만 3~5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개발에 AI를 접목시킬 경우 논문과 자료를 인력으로 분석해야되는 수고를 덜 수 있음은 물론, 그 기간을 6개월까지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화이자와 노비티스, 사노피, GSK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 역시 일찌감치 해당 기술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나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약사의 궁극적 목표는 신약개발인데, 자본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 입장에선 투입 자금과 시간을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힘든게 현실"이라며 "전통 제약사의 자본과 노하우, 바이오벤처의 기술력의 조합은 최근 업계 화두로 떠오른 오픈이노베이션에도 잘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 개발 효율성 제고를 위해 AI 기반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인수나 지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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