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현재 일원화 돼 있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해서 기소하는 경우에도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게 추 장관의 설명입니다.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불필요한 정책이라는 지적과 함께 추 장관이 '검찰 통제' 그 자체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어제 추 장관의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 다녀온 사회부 최병호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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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었습니다. 먼저 주요 발언부터 살펴볼까요.
[기자]
어제 기자간담회는 지난달 2일 추 장관이 취임한 이후 첫 간담회였습니다. 오후 2시부터 1시간30여분 동안 간담회를 했는데, 추 장관의 모두 발언과 질의응답, 마무리 발언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어제 주요 발언은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최원식·표영주 디자이너
먼저 최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관한 공소장 원문 비공개 방침에 대해선 "최근 공소장과 관련된 법무부의 조치도 그동안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에 대해선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의 제도개선을 검토하겠다"라고 했습니다. 또 검찰개혁의 명분과 정치검찰 논란을 의식한 듯 "검찰은 권력의지나 조직이익을 실현하는 기관이 아니라 법과 사법적 정의 수호하는 기관"이라고도 했습니다. 법무부가 검찰조직을 관리감독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휘 감독 통해 '민생·인권·법치'의 3대 가치를 실현하고 기소권 남용 등 방지하는 것 중요하다"고도 했습니다.
[앵커]
어제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온 건 역시 공소장 원문 비공개인 것 같은데요.
[기자]
어제 질문의 절반 이상이 이 문제에 집중됐습니다. 추 장관은 어제도 공소장 원문 비공개 방침에 대한 소신에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공소장이 공판 전에 공개가 되면 혐의가 팩트인 것처럼 굳어져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아울러 일각에서 미국의 경우 기소가 되면 공소장을 인터넷에 바로 공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습니다. 당시 동석한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미국의 경우 2005년 연방법원의 대배심 형사사건 730건 가운데 241건에 대해서 비공개 공소장 비공개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법무부는 우리나라가 영미법이 아닌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데, 대륙법을 적용하는 독일의 경우 독일 형법 353조에 공판 전 공소장이나 형사소송 절차 등에 관한 문서를 공개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법무부가 공소장 원문을 비공개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 앞으로 제도개선이 필요한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기준을 마련키로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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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 추 장관은 그간 장관 취임 이후 무죄추정 원칙에 따른 피의자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의 공소장 공개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화면에 보이시는 것처럼 △사건이 수사 중인 경우 △기소 후 공판 전인 경우 △공판 개시 이후 등 세 가지 상황으로 나눠서 각 단계에 맞게 공소장을 공개키로 했습니다. 우선 사건이 수사 중인 때는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 금지' 직접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 때는 파의 사실을 포함한 형사사건 내용을 비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기소는 됐으나 아직 공판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회 등이 요구하면 공소사실 요지를 공개하되 수사 중인 다른 사건에 관계된 내용은 비공개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공판 개시 이후에는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중요 사건은 공소장 전문 공개하기로 했는데요. 단 공소장 전문 공개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할 예정입니다.
[앵커]
어제 또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판단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기자]
사실 실 이 말은 추 장관이 처음 한 건 아닙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 과제로 구준히 논의가 됐던 것이구요. 이번에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즉 공수처를 도입하면서도 검찰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다만 추 장관은 이번에 더 나아가 이걸 일선 검찰에서 시범 적용한 후 제도를 개선해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겁니다. 잠시 여기서 일선 검찰에서 수사하는 방식을 말씀드리면 일반 형사사건 같은 경우에 검사들이 수사를 하고 기소까지 결정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검사 1명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민간인으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인력이 수사와 기소 상황을 점검하는데요. 추 장관은 "이걸로도 부족하다", "더 확실한 민주적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앵커]
"검찰의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달리하겠다". 쉽게 말하면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를 분리하겠다는 건데, 이게 현실에선 문제가 좀 있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기자]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반응이 시원치 않았습니다. 일단 수사팀에서 수사를 했고 혐의를 확신하고 있는데, 기소를 담당하는 검사가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는 게 문제입니다. 여기서 더 문제는 이 사건이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직접 수사를 한 검사가 알 것이냐, 아니면 서류만 보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가 더 잘 알 것이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부분에 대해 검찰 쪽 공식 입장이 나왔나요?
[기자]
내부에선 의견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 아직 공식 입장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수사의 효율성을 우려하는 반응이 많은 분위기입니다. 추 장관은 이를 염두에 둔 듯 지방검찰청 한곳을 정해서 시범 적용을 하고 제도를 개선한 후 법 개정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조만간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전국 지검장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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