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쌍용자동차가 코로나 19 여파로 열흘 가까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가 13일 생산을 재개했다. 급한불은 껐지만 적자가 쌓이고 있는데다가 신차 부재, 주요 모델의 노후화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녹록치 않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는 지난 12일, 2022년 흑자 전환을 위한 3년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향후 3년간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쌍용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는 23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산업은행 등에 지원을 받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지난달 16일 방한해 이동걸 산은 회장 등을 면담하기도 했다.
마힌드라가 산은에 지원을 요구한 배경에는 쌍용차의 경영상황 악화가 고려됐다. 쌍용차는 지난해 매출 3조6239억원, 영업손실 28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2018년 642억원에서 4.4배 증가했다. 지난 2016년 4분기 이후 12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지난해 분기별로 손실규모를 살펴보면 1~2분기에는 278억원, 491억원이었지만 3~4분기에는 1052억원, 998억원으로 급증했다.
쌍용차가 평택공장 가동은 재개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이다. 사진/뉴시스
올해도 흑자 전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티볼리 등 대표 모델의 부진이 심각하고 신차 출시 계획이 없어 판매 모멘텀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티볼리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3만5428대가 판매됐다. 전년(4만3897대)보다 19.3%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월 3000대 내외의 실적을 보였지만 올해 1월에는 1607대로 47.7%나 급감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아자동차 ‘셀토스’, 현대자동차 ‘베뉴’가 출시된데다가 올 초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까지 등장하면서 티볼리의 판매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2018년 4만2000여대가 팔리면서 국내 픽업트럭 시장을 주도해온 렉스턴 스포츠도 지난해에는 1.6% 감소한 4만1330대를 기록하면서 성장세가 멈췄다. 기아차 ‘쏘렌토’, 르노삼성 ‘XM3’ 등 경쟁 업체는 SUV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쌍용차는 부분변경 모델만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쌍용차는 지난해부터 수출 확대를 위해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의 첫 양산형 전기차 모델은 빨라야 내년 1월에 출시될 정도로 전동화 추세에 뒤쳐진 점도 악재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쌍용차는 SUV, 특히 디젤 모델에 강점이 있는데, 유럽 지역은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탈 디젤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유럽 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데다가 전기차는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점도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은이 쌍용차에 지원할지도 불확실하다”면서 “미래차 기술역량이 계속 뒤쳐진다면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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