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가 남매의 경영권 전쟁이 '조원태 vs 조현아' 구도에서 한진그룹 노조와 KCGI 간 '대리전'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한진그룹 노조가 잇따라 '조현아 연합군'을 비판하며 조 회장은 미소를 짓는 가운데 KCGI의 고군분투에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연합군은 사내이사 후보로 내세운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까지 돌연 사퇴하면서 악재를 추가했다.
18일 한진칼에 따르면 김치훈 전 상무는 전날 대표이사에 보낸 서신을 통해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상무는 조현아 전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내세운 사내이사 후보 3인 중 한 명이다. 김 전 상무는 사퇴 의사를 밝히며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조현아 연합군이 내세운 인물이 오히려 경쟁자인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KCGI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이날 새벽 3자 연합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CGI 관계자는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후 본인 동의를 얻어 (김 전 상무를) 이사에 추천했다"며 "이런 일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KCGI는 한진그룹의 재무가 갈수록 악화했다며 현 그룹 총수인 조 회장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전날 조 회장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에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한 공개토론까지 제안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지만 한진그룹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겠다는 방침이라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여론이 조원태 회장쪽으로 흐르며 조현아 전 부사장이 수세에 몰렸다. 사진/한진그룹, 뉴시스
반면 조 회장은 노조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조 회장 대신 조 전 부사장을 향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며 이른바 '회장님 지키기'에 나선 형국이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는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이 내세운 사내·외이사들이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는데 한진·한국공항 노조도 "이제 와서 또 무슨 염치로 그룹을 탐내는가"라고 조 전 부사장에 반발했다. KCGI와 반도건설도 '투기 펀드', '뒷골목 모리배'라고 부르며 대립각을 세웠다.
직원들은 사모펀드인 KCGI와 반도건설이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재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복장 자율화, 점심시간 자율선택제 등 직원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복지책을 시행하면서 '조 회장은 소통은 된다'는 이미지로 통하게 된 것도 힘을 싣는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실제 조 회장은 우한으로 향하는 전세기에 탑승하고 사내 온라인 소통채널에 글을 올리는 등 직원 민심 살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웠던 KCGI는 '땅콩회항'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으며 오히려 명분을 잃은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나 기관투자자들도 직원들 사이 여론이 좋지 않은 조 전 부사장 연합에 힘을 보태기는 눈치가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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