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21대 총선에서 부산은 수도권과 함께 표심이 전체 판세를 좌우 할 승부처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사하을 지역구는 인물 대결이 가장 흥미로운 곳으로, '원조 친노'(친노무현)에서 보수당으로 당적을 옮긴 미래통합당 조경태 의원과 대표적 '친노' 인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상호 후보가 맞붙으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산·경남(PK) '낙동강 벨트'는 주요 선거 때마다 여야가 격돌한 대표적인 격전지다. 과거 부산은 보수 텃밭으로 불렸지만, 지난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이어가며 지역 정치 구도에 균열을 만들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이번 총선이 2022년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면서 PK는 여야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명운을 걸며 이기고 싶어하는 지역이다. 민주당은 이미 낙동강 벨트를 교두보로 PK를 공략하고 있다. 사하을 지역구에서 8년 만에 지역 탈환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20대 총선에서 PK 전체 40석 가운데 27석을 얻는데 그친 통합당은 설욕을 노리고 있다. 조 의원은 무난하게 통합당 공천을 받아 '정권 심판'과 '보수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며 총선에 나서고 있다.
부산 사하을은 5선에 도전하는 미래통합당 조경태 의원과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 간 대결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왼쪽)조경태 의원·이상호 후보. 사진/ 뉴시스·이 후보 페이스북
사하을 지역은 4선 조 의원이 탄탄한 지지 기반을 닦아 온 곳으로 민주당에 대표적인 험지로 알려져 있다. 여야 모두 부산 일부 지역구를 격전지로 분류, 승리를 다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 때마다 민심의 가늠자 역할을 해왔던 부산의 표심이 이번에는 어느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두 사람 모두 정치의 뿌리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원조 친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반문'(조경태)과 '친문'(이상호)으로 갈라져 있다. 이번 총선 맞대결에서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점과 통합당 중진이 뿌리 박은 지역에 민주당 정치 신인이 도전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노 전 대통령 비서관 출신인 조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때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36세의 젊은 나이에 첫 당선된 뒤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3선을 했다.
단숨에 '민주당 간판'으로 떠올랐지만, 2016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 20대 총선 직전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옮기고 출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 건재를 과시하며 최연소 4선 의원의 기록을 남겼다.
조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부산에서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 20대 총선까지 민주당이 낙동강 벨트에서 세력을 넓힐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주인공이다. 좌우를 넘나든 '철새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현재 통합당에서 수석 최고위원까지 오른 핵심 중진으로 자리잡았다. 조 의원은 이 지역구에서 5선에 도전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트램'이라는 대표 공약을 들고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구평, 감천, 자갈치를 잇는 트램을 건설해 관광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에서는 원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이 후보가 바닥을 훑으며 탈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1차 경선 지역 결과 발표에서 남명숙 예비 후보 상대로 승리, 본성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2년 대선 때 '미키 루크'라는 예명으로 알려진 이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초 자발적 정치인 팬클럽 노사모가 전국 조직이 되는 데도 큰 영향을 끼쳤다.
노 전 대통령의 대선 과정에서 '희망 돼지 저금통', '노란 손수건', '춤 추는 선거 유세' 등 획기적인 아이디어로도 큰 몫을 했다. 부산 노사모 대표도 맡았으며 이후 전문건설공제조합 상임 감사, 평화재단 운동본부장, 민주당 포용국가비전위원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맡으며 지역을 이끌었다.
이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 의원을 향해 직격탄을 날기도 했다. 그는 "조 의원은 16년간 고생하셨다. 이제 이상호가 하겠다", "12년 이상 지지해 온 유권자를 하루 아침에 배신하고 도망가는 배은망덕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배신자로 낙인 찍힌 조 의원이 지역 발전을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며 "16년간 정체돼 있던 사하을의 선택은 선수 교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다대포 관광 벨트 추진 본부, 서부산 해양 중심 복합 타운 개발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민심을 파고 들고 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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