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코로나19로 대학들이 이중적인 재정 어려움을 겪게 됐다. 중국인 유학생이 줄어든데다가, 개학연기 및 온라인 수업까지 겹치면서 국내 학생들이 등록금 일부 환불 요구하는 등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아직도 입국하지 않은 중국인 유학생이 3만4613명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일일별 추이로도 중국인 유학생들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25일에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예정된 학생이 1309명이었지만 실제로는 838명이 입국해 471명 차이가 났다. 전날인 24일 146명보다 더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23일에는 반대로 입국예정자보다 실 입국자가 422명 많았다.
게다가 감염 우려 등의 이유로 오히려 한국 밖으로 나가는 중국인 유학생도 있다. 지난 19일 기준으로 국내에 계속 거주하던 학생은 1만2753명이었지만, 24일에는 1만2333명으로 420명 줄었다.
중국인 유학생이 안 들어오고 유출되면서, 대학들은 크고 작은 재정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는 중국을 방문한 유학생과 국내인 학생 등 신청자에게 특별휴학을 부여하기로 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환불하는 정책이다. 다른 대학들도 휴학 신청과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개강 연기 및 개강 이후 사이버 강의가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등록금 환불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대학 중 성균관대·중앙대·고려대·국민대·동국대·건국대·한국외대·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세종대·광운대·숙명여대 등 13개 대학이 개강 직후 일정 기간 동안 온라인 강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 경희대, 홍익대, 동덕여대, 서울시립대도 검토 중이다.
각 대학 학생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거나 문의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고려대 사이트에서는 "1인시위 누가하면 나인줄 알라", "싸강(사이버 강의) 대체된 대학생들끼리 청원 올리면 안되려나" 등 격한 반응이 올라오는가 하면, 유명 사이버대학 광고를 패러디해 "고려사이버대학을 다니고 나의 등록금이 사라진다" 등 자조하는 댓글까지 올라왔다.
또한 대학 수업 특성상 토론 수업의 비중이 상당하고 실험·실습·실기 등 오프라인 성격의 활동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 강의 구축 비용과 고정시설비 절감분 중에 어느 것이 더 큰지에 대해서도 대학들이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실험·실습·실기는 교수 재량이고, 토론의 경우 실시간 영상으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으며, 연세대 관계자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답변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고정시설비와 온라인 강의 구축 비용은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등록금에 대한 문제제기가 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제기 이후 생각해보겠다"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면 안된다고 짚었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방역이나 중국인 유학생 문제로 정신이 없어 당장은 문제제기가 힘들 수 있다"면서도 "대학이 학생이 학습권 보장을 위해 나설 필요가 있고, 학생도 문제제기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신축 외국인 기숙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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