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실사가 길어지며 인수 불발설도 흘러나왔으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수가 더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대형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하는 거대 저비용항공사(LCC)로 도약하게 됐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지주사 이스타홀딩스 외 주식 51.17%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2일 공시했다. 주식 수는 497만1000주, 최종 인수 금액은 약 545억원이다.
다만 당초 밝혔던 695억원보다는 인수가가 줄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 시장 상황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사 간 양보를 통해 가격을 조정했다"며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통해 제주항공은 항공 여객 운송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이스타항공과의 시너지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게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시너지를 통해 승객에 다양한 편의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밝힌 후 같은 달 31일까지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사에 돌입한 후 인수 마무리 시점을 1월로 미룬 데 이어 2월로 또 한번 연기하자 업계에서는 인수를 포기했다는 추측도 조심스레 제기했다. 이스타항공의 재무 상황이 부실한 데다 제주항공 또한 지난해 영업손실 34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품으며 거대 LCC로의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은 제주항공(위), 이스타항공(아래) 항공기. 사진/각사
실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돼 '승자의 저주'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안팎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이에 이 사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며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 인수가 단기적으로는 부담이지만 장기적으로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인 셈이다.
제주항공 관계자 또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게 항공산업 위기 극복과 공동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임을 공감했다"며 "이번 인수는 항공업계 최초 동종 사업자 간 결합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도 제주항공과의 결합을 통해 경영난으로 인한 현재 위기를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민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오늘의 합의를 통해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지금의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18일 이스타항공과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이행보증금으로 115억원을 지급했다. 이를 제외한 차액 430억원은 취득 예정일인 4월 29일에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