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백주아 기자]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번지면서 세계 각국이 경제 타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돈풀기에 나서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세계금융 시장과 경제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세계경제 '치명타'를 입힐까 노심초사 한 탓이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수천억달러의 경기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12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따르면 각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피해극복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각국은 미국을 필두로 코로나19에 대한 통화완화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외 국가로 크게 번지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먼저 지난 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오는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캐나다 중앙은행(BOC) 또한 다음날 곧바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오는 12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와 같은 경제적 충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ECB는 재정 지원, 유동성 공급, 융자 등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같은날 코로나19의 경제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긴급 인하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예산 편성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광범위한 확산으로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는 250억유로(약 33조7387억원)의 긴급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달 초 75억유로(약 10조1216억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코로나19 피해가 급증하자 액수를 3배이상 늘린 것이다. 전체 250억유로 가운데 120억유로(약 16조1천946억원)는 의회 승인을 거쳐 곧바로 집행하고 나머지는 사태가 추가로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남겨놓을 예정이다. EU는 극심한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이탈리아에는 재정건전성 기준을 예외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 지난 10일 긴급대응책 2탄을 발표해 약 4300억엔(약 4조9077억억원)에 이르는 재정을 투입키로 했다. 감염 확대 방지와 의료 체제 정비, 학교 임시 휴교에 따른 문제 대응, 경제 활동 축소 및 고용 문제 대응 등에 쓰인다. 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을 우려해 총액 1조6000억엔(18조3748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도 시행할 방침이다. 지난달 일본은 2700엔(3조2000억원)에 이르는 1차 코로나 긴급예산을 편성한 바 있다.
미국 또한 앞서 코로나19를 위해 83억달러(10조57억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하고, 급여세를 인하하는 '감세 카드'를 내놨다. 또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책을 내놓기로 했으나 여행제한 등에 집중한 내용에 그쳤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가 금융위기가 아니다"며 "의회에 급여세 인하를 요청하고, 대출 프로그램의 500억달러(60조2500억원) 증액도 의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경기부양책과 유동성 공급방안을 기대했던 시장의 기대치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다만 이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하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24시간 이내에 경기부양 초기조치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은 단지 경기 부양책의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 극복에 투입되는 재정·금융지원 규모가 30조원이 넘는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11조6000억원에 앞서 발표한 종합지원대책을 합하면 총31조6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 중 재정지원 규모는 15조8000억원가량으로 절반이나 된다. 여기에 추경 규모가 늘어날 공산도 커졌다. 11조7000억원의 정부 추경안이 코로나19 대응에 충분치 않아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경제계와 여당에서 증액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또한 저소득 신흥시장 국가들을 위한 500억달러(60조2500억원) 상당의 긴급금융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대출제도를 준비 중이다.
이렇게 각국이 재정정책 여력이 충분치 않은데도 경기부양에 안간힘을 쏟는데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국 금리가 낮은데다 재정건전성도 나쁜 상황에서 정책여지가 충분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충격을 한시라도 빨리 탈출할 필요가 있어서다. 미국 브루킹연구소는 코로나19의 올해 전세계 GDP가 최소 2조3300억달러에서 최대 9조1700억달러(약 1경1050조원) 감소할 것으로 봤다. 최악의 경우 전체 GDP의 10%가량이나 될 수 있는 규모다.
세종=김하늬·백주아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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