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돈을 받고 성착취 동영상물을 유포한 혐의로 입건된 일명 '박사방' 운영자인 20대 남성 조모씨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오늘(20일) A씨가 자신의 범행을 모두 시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씨는 지난 16일 입건된 뒤 ‘박사의 범행에 가담한 사실은 있으나 박사는 아니다’고 범행을 부인해왔습니다.
관련영상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일명 'n번방 사건' 핵심 피의자 조모(가운데)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조씨 혐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제작 배포 등)이다. 사진/뉴시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일명 텔레그램 'N번방' 사례를 모방해 범행하기로 결심한 뒤 박사장이던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박사'로 변경해 돈을 받고 음란물을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씨는 특히 SNS, 채팅어플 등에 “스폰 알바 모집” 같은 글을 게시하여 피해자들을 유인한 다음,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이를 박사방에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돈을 벌기 위해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다'는 일명 ‘맛보기’ 대화방과 일정 금액의 가상화폐를 지급하면 입장 가능한 3단계 유료 대화방을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여성들을 노예로 지칭하며 착취한 영상물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판매해 억대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총 74명이며, 피의자 주거지에서 현금 약 1억3천만원을 압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조씨와 함께 범행에 참여한 1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며, 이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4명을 구속해 수사 중입니다.
조씨는 자신의 범죄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회원을 일명 ‘직원’으로 지칭하면서 피해자들을 성폭행하도록 지시하거나, 자금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의 임무를 맡기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조씨가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모집한 공익요원들을 통해 피해 여성과 '박사방' 유료 회원들의 신상을 확인한 후, 이를 협박 및 강요 등의 수단으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텔레그램 유료 대화방 입장료만 받고 입장을 시켜주지 않거나, 총기나 마약 판매 등을 미끼로 금원을 편취하는 등 다수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도 잡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조씨는 자신이 노출되지 않도록 텔레그램으로만 범행을 지시하면서 공범들과는 일체 접촉하지 않는 등 주도면밀한 행태를 보였으며, 공범들도 실제로 조씨를 직접 보고나 신상을 아는 사람이 없어 검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습니다.
경찰은 지난 18일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찰에 신청했으며,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어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원 부장판사는 "피의자는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강요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취득했으며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습니다.
또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고지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다"며 "범죄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국민청원이 오늘(20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24만명을 넘어섰습니다.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입증된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방지와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이 소명된 경우 △피의자가 만 19세 이상일 경우에만 각 지방경찰청 신상공개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현재 조씨의 범행이 잔인하고 중대한 점, 국민의 알 권리 보장 등 차원에서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