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내가 뭘 찾아보려 했지? 급상승 검색어의 '덫'
2020-04-06 06:00:00 2020-04-06 06:00:00
검색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노트북을 켜면 회사 이메일과 기사 입력 시스템, 네이버까지 3개의 인터넷 창을 띄운다. 네이버의 녹색 검색창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놓는다. 지난 밤사이 놓친 담당 분야의 새로운 소식이 있는지 검색을 한다. 검색을 하다가 문득 검색창 오른쪽에 위치한 급상승 검색어 1위에 오른 키워드가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뭐? 설악산 흔들바위가 추락했다고? 놀란 마음에 키워드를 클릭한다. 이미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이란 키워드를 제목에 넣은 기사들이 즐비하다. 그 중 하나를 선택했다. 알고 보니 가짜뉴스다. 아차 이날은 4월1일. 만우절이구나. 코로나19로 나라 전체가 시름이 깊은 가운데 올해도 여지없이 만우절 장난이 이어졌다. '재미있다', '낚였다', '이 시국에 만우절 장난인가?'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댓글을 읽다가 문득 드는 생각. '근데 어디까지 검색했지?'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관련 기사와 댓글을 읽느라 당초 검색하려고 했던 내용이 기억에서 사라졌다. 
 
급상승 검색어는 네이버가 지난 2005년 '실시간 인기 검색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서비스다. 특정 시간 동안 입력 횟수가 크게 늘어난 검색어를 순위를 매겨 보여준다. 누리꾼들의 정보 검색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주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서비스는 이러한 회사의 의도와는 변질된지 오래다. 유익하거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정보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키워드가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거나 한 마디하면 오랜 시간 상위 순위에 머무르며 이슈가 된다. 검색어를 활용해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의 언론사의 기사와 블로거들의 블로그 글들이 뒤섞인다. 일부 연예인은 자신이 검색어 1위에 올랐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기업들도 가세했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뒤 자신들의 홈페이지로 들어오면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정치적 목적을 띈 세력도 뛰어들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과 관련된 긍정적인 키워드를 검색어 순위 상단에 올리기 위해 집단적으로 검색을 했다. 지난해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검색어에 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네이버 급상승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목을 매는 모양새다.
 
흥미 위주의 검색어 관련 정보를 접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다. 자극적인 내용을 짧게 짧게 소비하다보니 웬만한 소식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더 자극적인 뉴스를 찾게 된다. 당초 자신이 의도했던 정보 검색은 뒷전으로 밀린다. 독창성이나 창의력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깊은 사고를 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인 2일 0시부터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를 중단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하지만 몇번 경험하니 이내 익숙해졌다. 당초 의도했던 정보를 검색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 흥미 위주의 급상승 검색어의 덫에 걸리지 않고 나만의 사고를 이어갈 수 있는 생각의 근육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2주가 지나고 투표가 종료되는 15일 오후 6시가 되면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는 재개된다.  
 
박현준 중기IT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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