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유가 상승 분위기에 정유주가 수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증시 정유주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공식처럼 통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요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낙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3월 말 20달러 턱밑까지 갔던 서부산텍사스유(WTI)는 지난 3일에도 11.92% 급등해 배럴당 28.34달러까지 회복했다으며, 두바이유(12.35%)와 브렌트유(13.93%)도 크게 상승했다.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가 1,284원까지 떨어졌다. 사진/뉴시스
정유주는 국제유가와 연동해왔다. 원유를 수입한 뒤 2~3개월 정제 과정을 거쳐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정유업체들은 통상 유가가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과거 높은 가격에 구매한 원유 재고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개월간 WTI가 1월6일 고점 대비 68.2% 폭락하는 동안 S-Oil은 약 50%, GS는 약 37%, SK이노베이션은 약 64% 떨어졌다.
유가 반등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유주 회복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유가 급등은 정제마진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으로 원가는 높아지는데 수요는 없으니까 정유주 입장에선 손해가 난다"며 "비싸게 팔려 해도 수요자 입장에서 가격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일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현물(spot) 정제마진은 전주 대비 배럴 당 11.4달러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가 올라도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마진이 떨어진다. 반대로 유가가 하락해도 수요가 충분하다면 정유업체가 원유 매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정제 마진이 상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유주 반등이 수요 회복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원유 공급과 수요 불균형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유사들은 4월부터 정제 처리량을 10% 늘릴 계획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감소하는 데 따라 중국을 제외한 국내외 정유사들이 가동률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만이 나홀로 역행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15%, 현대오일뱅크는 10%까지 줄였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자국 석유제품의 소매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데, 하한선이 배럴 당 40달러로 고정돼있다"며 "최근까지 유가가 25달러를 하회했음에도 소매 판매 가격은 추가 하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유사는 이익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부진도 악재다. 전세계 정유제품 수요가 통상 연 1%씩 성장하던 것과는 달리 올해는 20%까지도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동진 연구원은 "전세계 원유 수요의 60%가 이동과 관련된 수요인데, 코로나19 사태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해 휘발유와 항공유 등 주요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가가 확실히 안정화된다면 정유주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안나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복합마진의 하락으로 1분기 정유 사업부문 적자폭은 훨씬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유가가 안정되면 순수 정유 비중이 높은 S-Oil은 수혜를 볼 것"이라고 했다.
이어 "GS는 지주사 형태로 순수 정유주보다는 안정적인 대안이 될 수 없으며, GS홀딩스는 리테일 비중이 커 유가 불안정에 대한 방어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이슈가 정리될 때까지는 유가 반등의 수혜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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