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자충수?…애플에 '양날의 검'이 될 아이폰SE2
아이폰8과 유사한 구성…그간 프리미엄 이미지 손상 가능성
2020-04-16 15:03:12 2020-04-16 15:03:12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인 2세대 아이폰SE를 공개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등에 업고 전작 1세대 아이폰SE 만큼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보이나, 자칫 애플이 쌓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어 그 인기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등 40개 이상 국가에 2세대 아이폰SE을 출시하고 17일부터 홈페이지 선주문을 받는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6년 3월 1세대 아이폰SE를 내놓은 지 약 4년 만에 보급형 카드를 다시 꺼낸 가운데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애플은 이번 제품에 아이폰8과 같은 4.7인치 레티나 HD 디스플레이를 장착했고 항공 우주 등급 알루미늄과 견고한 글래스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외 아이폰8과 같이 후면과 전면에 각각 1200만 화소 싱글 카메라와 700만 화소 카메라를 달았고 홈버튼을 넣었다. 1800mAh인 배터리 성능도 아이폰8과 같다. 
 
전작 및 아이폰8과 가장 크게 다른 특징은 최신 아이폰11 시리즈에 들어가는 A13 바이오닉 칩셋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빠른 칩인 A13 바이오닉으로 인해 모든 작업 처리가 빨라질 것으로 자신한다. 특히 사진, 게임 및 증강 현실 경험에서 빠른 성능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 아이폰XR과 같이 인공지능(AI)을 통한 인물 모드 적용 기능 등을 추가했다.
 
16일 공개된 2세대 아이폰SE. 사진/애플 홈페이지
 
1세대 아이폰SE보다는 낫지만, A13 바이오닉 칩셋이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아이폰8을 쏙 빼닮았다. 보급형이라는 특성을 고려해도 이전 모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A13 바이오닉 칩셋이 들어갔다고 하나 사실상 아이폰8과 같은 구성이라고 본다"며 "기존 모델 부품 재고를 정리하는 차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여파와 특색 없는 구성 탓에 높은 인기는 무리라는 평가도 있으나 애플의 브랜드 파워를 생각할 때 전작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올릴 것이라는 게 업계와 증권가 시각이다. 가격이 더 싸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2세대 아이폰SE 64GB 모델의 미국 가격은 399달러(약 49만원)이며 국내는 55만원으로 책정됐다. 1세대 아이폰SE 64GB 모델은 499달러(약 61만3000원), 아이폰8 64GB 모델은 699달러(약 85만8000원)였다. 1세대의 경우 출시 9개월 여가 지난 2016년 12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약 1800만대가 팔렸는데 이번 2세대는 최소 2000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보인다.
 
정작 문제는 따로 있다. 매번 신작에 100만원이 넘는 고가 판매가를 고수하고 출시 2~3년이 지나도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는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이 2세대 인기로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저가 모델의 판매 호조가 애플 및 관련 업체들에게 향후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도 "애플을 향한 고객의 충성도 때문에 당장의 매출은 늘 수 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라며 "기존 제품과 다를 바 없는 보급형 모델의 인기는 되려 애플이란 브랜드가 가지는 현재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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