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빠르게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모범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선거를 연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전국적인 선거를 성공적으로 실시한 사례가 더해지면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봉쇄가 아닌 개방 속의 통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성숙한 시민사회의 모습은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민주국가라는 이미지와 동시에 코로나 '진단키트'로 상징되는 첨단 산업역량을 갖춘 국가라는 경제적 프리미엄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분단국가라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면서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다. 계속해서 전 세계를 무대로 ‘놀라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는가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장면은 진단키트 개발이다. 한 업체는 개발 착수에서 출시까지 12개월 걸리던 것을 3주로 단축했다. 정부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는 데 일주일이 걸린 것을 빼면, 단 2주만에 개발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빅데이터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20년간 각종 유전자 진단시약들을 개발해온 노하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진단시약을 설계했다. 기존 방법으로 100명의 전문가가 3개월 걸릴 일을 인공지능과 슈퍼컴퓨터급의 컴퓨터로 3시간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진단키트가 준비되어 있었기에 우리나라는 봉쇄조치 없이도 코로나19 의심자를 광범위하게 전수 조사하면서 확진을 막아낼 수 있었다. 이제 진단키트는 전 세계에서 찾는 수출상품이 되었다.
두 번째 장면은 확진 감염자의 동선을 파악해 추가 전파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확진자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와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빅데이터를 취합해 확진자의 동선을 신속히 파악해 공개했다. 전국민의 95%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간대별 동선 파악은 전염병의 확산을 추적해 추가 전파를 막는다는 전략이 가능하게 했다. 정부 부처에서 역학조사 지원 시스템 아이디어가 나온 후 사흘 만에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한달 만에 실전 배치했다. 초기에는 역학조사관이 관계 기관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보를 취합하면서 확진자 동선을 분석했으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28개 관련 기관과 휴대전화 위치정보, 신용카드 기록뿐만 아니라 해외여행력 정보, CCTV, 대중교통 카드 기록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해 10분 이내에 확진자의 동선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 장면은 자가격리 관리 앱이 감염 의심자의 지역사회 전파를 막는 데 기여했다. 자가 격리자가 제한된 거주지를 이탈하면 경보가 울리도록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AI 음성비서 기술을 이용해 하루 2회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발열과 호흡기 증상 등을 확인하면서 행정 부담을 줄였다.
이와 같은 AI 등 디지털 파워는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환자를 관리,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사실 새로운 전염병이 확산될 것이라는 최초의 경고를 한 것도 AI였다. 캐나다의 한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해 65개국 뉴스와 전 세계 항공 티켓팅 데이터, 동식물 질병 데이터 등을 수집하고 분석하여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방콕, 서울, 대만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에는 AI가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과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결국 한국이 위기의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디지털, AI 기술을 활용해 신속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를 만드는 데 디지털 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에 빠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와 도시가 봉쇄되면서 소비도 줄었지만, 생산 시스템도 타격을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제조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그 동안 한국은 중국의 추격과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주도하는 선진국 사이에 끼여있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은 디지털 역량, 특히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역량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제조를 비롯해 서비스 등 전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하여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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