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LNG(액화천연가스)선 일감을 먼저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었던 만큼 충격이 크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겠냐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국영 조선그룹인 CSSC와 카타르 페트롤리엄(Qatar Petroleum, QP)이 22일(현지시간) 17만4000입방미터(CBM)급 LNG선 16척(옵션 8척 포함)에 대한 슬롯(야드) 계약을 체결했다.
선박은 오는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척당 선가는 1억8000만달러로 알려졌으며 총 28억8000만달러에 이른다. 이번 슬롯 계약으로 사실상 중국이 카타르 LNG선 수주를 먼저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조선그룹 CSSC가 LNG선 슬롯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사진 중앙에 CSSC 회장 레이판페이). 사진/CSSC 홈페이지
당초 QP는 카타르 LNG프로젝트를 위해 LNG선 60척을 발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16척을 먼저 수주하는데 성공하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사실상 그동안 LNG선 수주는 국내 조선업계들의 독무대였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높은 기술력으로 LNG선 발주 시장 점유율을 독식해 왔다. 지난 2018년에는 전 세계 발주된 76척 중 67척을 수주했고 지난해도 61척 중 49척을 따냈다.
중국이 한국보다 LNG선을 먼저 수주한 데는 중국 정부와 조선그룹의 물밑 수주지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중국 조선그룹 1위와 2위가 공식적으로 합병해 세계 최대 조선그룹 CSSC가 설립 하자마자 레이판페이(Lei Fanpei) CSSC 회장은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Saad bin Sherida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및 QP 최고경영자(CEO)를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중국 조선·해운 전문지 중국선박왕은 당시 양측이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강화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당시 레이판페이 회장은 QP와 석유가스 관련 분야 협력을 확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의 물밑 접촉에 대한 성과로 올 1월 QP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CSSC의 자회사 후동중화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또 중국은 최대 LNG 수입국이다. 이점을 감안하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이번 계약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계약은 중국 베이징, 상하이, 카타르 도하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계약과 관련된 주요 관계자들은 화상 방식으로 계약을 진행했다.
사드 빈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및 QP 최고경영자가 슬롯 계약서에 서명하는 모습 뒤로 중국 CSSC 주요 관계자들의 화면에 보이고 있다. 사진/카타르 페트롤리엄 홈페이지 갈무리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LNG를 많이 수입하는 만큼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애시당초 업계에서는 중국이 몇척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갑작스럽게 계약이 체결한데 놀랍고 예상보다 중국 수주량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타르 LNG선 물량이 중국에 먼저 갔지만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중국엔 대형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가 후동중화뿐이다. 건조할 수 있는 선박 척수도 한정적이다. 이에 따라 남은 일감은 국내 조선사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건조능력이 부족해 더이상 수주를 만한 여건이 안된다"며 "남은 40여척은 국내 조선3사가 나눠 수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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