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로의 인수도 미뤄지며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주인이 명확하지 않아 경영상 결정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원래 주인이었던 금호그룹에 상표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금호산업과 브랜드 상표 사용 계약을 연장하기로 했다. 사용료는 매달 연결 매출액의 0.2%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산출한 연간 금액은 119억원에 이른다. 매달 10억원가량을 옛 주인 금호에 사용료 명목으로 줘야 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07년부터 금호에 '날개 모양(윙) 마크' 사용료를 내왔는데, 이달 계약이 종료되며 이를 갱신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계약 기간은 다음달부터 내년 4월까지로, 금액이나 기간은 변경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아예 해지할 수도 있지만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사용료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가 된 뒤 금호에 상표 사용료를 내지 않기 위해 따로 브랜드 제작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했고, 인수가 1~2달 내로 마무리된다고 가정하면 실제 지불하는 액수 자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0억원을 갚기도 힘든 상황인 데다 예상대로 인수가 마무리되고 새 상표로 교체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비용이었다. 이 때문에 항공사 내부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일정을 미루며 회사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항공
HDC현산이 인수 대금 납부를 미루면서 재무구조도 더욱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1조6000억원은 이미 바닥났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산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받은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최근 1조7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하며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차입금 증가로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이라도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며 아시아나항공 경영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는 물론 3분기까지 비상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추정치 기준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은 16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 실적을 회복해 만회해도 올해 적자 탈출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가뜩이나 위기 상황인데 인수까지 길어지며 이중고에 빠진 형국이다.
한편 예상보다 일정은 지연됐지만 HDC현산은 계획대로 인수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가 1조7000억원 금융 지원에 나서며 업계에서도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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