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과 현대차가 소원한 지 오래됐으나 세대를 건너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만남이 이뤄졌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 협력을 물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수석부회장이 공개 회동했다. 덩달아 그 자리를 제공한 삼성SDI도 화제다. 하필 LG화학이 인도 가스 누출 공장 사고로 시름하는 터라 라이벌간 명암이 대비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는 과거 각각 자동차와 반도체 사업 영역을 침범한 사례 이후 껄끄러운 관계로 알려져 왔다. 그런 양 그룹의 젊은 후계 경영인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날 삼성SDI 공장에서 만났다. 삼성이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설명하고 현대차가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를 계기로 양사가 향후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터 전장사업까지 협력할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한다.
1분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세계 1위를 차지하며 LG화학이 독주하는 듯했으나 복합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인도 가스 누출 사고로 인한 피해배상이나 공장 운영 차질 등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테슬라발 글로벌 공급망을 넓히는 LG화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삼성SDI는 이번 만남이 반전요소가 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기술로 상용화까지 거리가 멀지만 그에 앞서 삼성SDI는 5세대 배터리 출시를 준비 중이다. 올해 샘플 생산에 들어가 내년부터 본격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우선 BMW와 5세대 공급 계약을 체결해 둔 상태다. 이에 발맞춰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며 헝가리 공장 증설도 예정된 단계에 올랐다. 삼성과 현대차 협력이 빠른 시일 내 성사되면 5세대 배터리 공급 가능성도 생긴다.
잠재적 호재는 또 있다. 원통형 배터리를 고수하는 테슬라 전기차가 글로벌 판매 1위 지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경쟁사들도 채용 가능성이 넓어지고 있다. 소형 배터리 세계 1위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 기술력에서도 1위를 자부한다.
전반적으로는 중국 강세였던 중대형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이 다시 주도권을 되찾는 흐름이다. 중국이 한국에 차별을 뒀던 자국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은 2년 연장되긴 했으나 최근 SK이노베이션이 현지 로컬 브랜드 합작 사업을 통해 지원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또 보조금이 끊기는 무렵엔 국내 기업이 점유율을 본격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국시장 침체로 주춤하고 있다. 대신 해외시장 보폭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중국 CATL은 독일에 첫 해외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사전 고객사 유치 과정을 통해 투자금을 늘렸다. 해외 자회사 채권 한도를 대폭 늘려 자금 조달 방안을 확보하는 등 공격적인 태세를 보인다. 중국 BYD는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 제휴해 일본에 마스크를 공급하는 일로 화제가 됐다. 배터리부터 완성차 생산까지 진입한 BYD는 일본에서 공급망을 넓히는 작업 중이다.
삼성SDI 배터리가 탑재된 전시 차량.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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