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이 18일 40주년을 맞았다. 쿠데타로 국가권력을 찬탈하고 민주주의를 겁박한 정치군인들에게 주권자인 국민들이 분연히 일어나 맞선 대한민국 현대사의 일대사건이었다. 당시 광주시민들이 흘린 피, 땀, 눈물은 6월 항쟁으로 이어졌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토대가 됐다.
계엄군의 총칼에 맞선 광주 시민군의 용기와 저항정신은 2016년 촛불혁명에서도 발견된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질서를 지키며 주먹밥을 나눠먹던 연대와 나눔의 마음은 오늘날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40년 전의 5·18 정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선 5·18을 왜곡하고 그 가치를 폄훼하는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자신들이 누리는 소위 '표현의 자유'가 5·18의 희생에 힘입은 것은 애써 외면하며 '과격 좌파의 무장폭동', '북한군의 개입' 등의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1988년 국회 5·18 청문회 이후 9차례에 걸쳐 국가차원의 조사활동이 실시됐지만, 핵심인 '발포 명령자'는 물론 집단학살, 암매장, 성폭행 등 각종 반인륜 범죄들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있다. 전두환 신군부와 결탁해 우리 사회의 주류로 행세했던 이들과 그 후손들이 여전히 진실을 은폐하고 사실을 왜곡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지난 12일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강제조사권'이 없기에 조사 대상자가 출석에 불응하면 그만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조사 불응 시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조사위에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 제1야당 미래통합당에 주목한다. 최근 통합당은 소속 의원들의 과거 부적절한 5·18 폄훼발언을 사과하고 유공자 예우법 개정안 처리 등을 긍정 검토하겠다는 태도다. 다만 조사위 권한강화 및 5·18 등 과거사 왜곡 처벌에 대해선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통합당이 진정 군부독재 극우세력과 단절하고 '5·18 정신'을 받들겠다면 진상규명 협조가 바로 그 시작일 것이다. 진상규명은 외면하고 단순히 예우만 개선하겠다는 것은 위로금 몇 푼으로 위안부 책임을 회피하려는 일본정부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통합당의 최근 입장이 5·18 40주년을 맞이해 나온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길 기원한다. 총선 참패로 인한 일시적인 반작용이어서도 안 된다. 제대로 된 5·18 진상규명이 통합당 혁신의 시작이며, 국민 화합과 통합의 기반이 될 것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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