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배우들은 첫 촬영부터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몇 개월의 시간을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살아간다. 그렇기에 드라마가 종영하면 배우들은 때로는 연기에 대한 부족함에 아쉬움을, 때로는 치열하게 연기했던 캐릭터를 떠나 보내야 하는 허전함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심은우은 민현서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게 해준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자신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심은우는 요즘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게 야속하다는 걸 제대로 체감하고 있다. 드라마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간이 빨리 흘러 야속하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찍는 과정이 행복했다”며 “지난 해 10월부터 민현서로 살았던 시간들이 좋았다”고 했다. 그렇기에 드라마가 끝이 난 것이 되게 서운하고 아쉽다고 했다.
심은우는 평소 작품이 끝이 나면 맡았던 역할을 빨리 털어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독 민현서라는 인물은 여전히 못 빠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민현서에서 못 빠져 나오고 있다. 이런 걸로 봐서는 빨리 털어내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더욱이 드라마와 함께 자신이 연기한 민현서 캐릭터도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기에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심은우는 “치열하게 연기를 하다 보니 촬영 당시에는 몰랐다. 지나고 나니까 되게 소중했다”고 말했다.
심은우가 연기한 민현서는 동거 중인 남자친구 박인규(이학주 분)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인물이다. 하지만 지선우(김희애 분)를 만나면서 인규의 손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아가려는 한다. 이번 작품 속 민현서라는 인물이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심은우는 “현서처럼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건 아닌데 현서가 사람을 잘 믿고 연민을 느끼는 것, 신뢰를 지키려는 점들이 비슷하다”고 했다.
민현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심은우는 데이트 폭력이나 가스라이팅 등을 많이 찾아봤다고 했다. 그는 “나는 데이트 폭력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바가 없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실제 사례가 많아서 놀랐다”고 했다.
심은우는 극 중 현서가 처참한 몰골로 자신의 집에서 지선우에게 구해지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민현서의 처지가 다가왔다고 했다. 그는 “현서의 집을 보고 있는데 현서가 허한 상황이 보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느꼈다”며 “비로서 조금이나마 가슴으로 현서의 상처를 알게 됐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 심은우. 사진/앤유앤에이컴퍼니
이처럼 ‘부부의 세계’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다치고 상처 받고 믿음이 파괴된다. 그렇다 보니 드라마가 마치 불륜을 고발하고 비혼을 장려하는 드라마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봐주길 바랐다.
그는 “건강한 가정에 대해서,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될 때 자녀들이 어떻게 될지 이야기하는 드라마”라고 했다. 또한 “내가 생각할 때 선우도, 태오도, 그리고 인규도 어린 시절 가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며 건강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모였을 때 어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불륜 드라마라기 보다는 이러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에서 대선배인 김희애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그는 김희애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면서 “함께 연기할 때마다 감정을 200% 전달해 주는데 후배로서 감동이다”고 했다. 특히 심은우는 김희애와 첫 촬영을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떨렸다고 했다. 하지만 극 초반 선우가 현서를 구해주는 장면을 찍으면서 이상한 기류가 생기는 걸 느꼈다고 했다. 심은우는 “그때 이후로 긴장은 되지만 두려움 떨림보다 기대되는 떨림으로 바뀌게 됐다”고 했다. 또한 “걱정 되는 장면이 있더라도 선배를 만나 촬영이 시작되면 걱정이 사라진다”며 “선우로 있어주셔서 나만 현서가 되면 됐다”고 했다.
가장 긴장이 들었던 장면으로 심은우는 갤러리 전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던 현서가 지선우를 만나는 신을 꼽았다. 그는 “긴장된 이유가 세 가지가 있다”면서 김희애와 가장 처음 호흡을 맞춘 장면이었고 했다. 두 번째 이유로 살면서 가장 추운 날씨에 얇은 옷만 입은 채 얼어버린 입으로 대사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심은우는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볼 때 주어진 장면이라서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 이후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심은우는 자신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것 차제가 인기를 실감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심은우는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등에 출연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그는 최근 활발한 예능 출연에 대해 “부담이 있었다.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많이들 도와줬다”고 했다.
또한 심은우는 tvN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 출연해 배우가 아닌 요가 강사로서의 삶을 보여줘 주목을 받았다. 이와 함께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딴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 심은우는 작년부터 수상 스키를 배우고 있다면서 기회가 되면 모터보트 자격증을 따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돈을 많이 벌면 내 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부부의 세계 심은우. 사진/앤유앤에이컴퍼니
이처럼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심은우는 그간 맡아온 캐릭터 역시 이러한 그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심은우는 만신, 사법연수생, 라디오 작가, BJ, 사건 목격자 등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필모그래피를 보면 ‘이 작품에서도 나왔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만큼 심은우는 매 작품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줬다. 그 역시도 “이전 작품에서 했던 역할과 다른 연기를 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순하고 돈 없는 역할만 했다”며 “다음에는 부자고 못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20대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심은우는 ‘부부의 세계’라는 작품이 20대의 최고의 선물이라고 했다. 또한 “배우 심은우로서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는 “배우라는 직업이 증명하고 입증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에 민현서를 맡아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부족하지만 배우로서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주변에서 이야기를 해줘서 힘이 난다”고 했다.
부부의 세계 심은우. 사진/앤유앤에이컴퍼니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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