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5~6개월 전까지만 해도 리모트워크(원격 근무)를 3~5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도입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준비해왔어요. 국내는 특히 이런 언택트에 대한 교육과 인식 변화가 더 필요했거든요. 그런데 코로나가 와서 2달 만에 끝나버렸습니다. 3~5년 동안 해야 할 프로그램이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그 다음을 준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일하는 방식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하는 최두옥 스마트워크 R&D그룹 베타랩 대표는 최근 고객사들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이 비대면 친화적으로 변하면서 비즈니스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5일 '언택트, 언리밋'을 주제로 진행한 굿인터넷클럽. 사진/온라인 생중계 화면 갈무리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5일 서울 강남구 인터넷기업협회 엔스페이스에서 '언택트, 언리밋'을 주제로 6월 굿인터넷클럽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IT 업계 관계자들은 각자 분야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비대면) 문화의 일상화와 그 가능성에 대해 공유했다.
참가자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언택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 만큼, 여기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상회의, 메신저 등 업무 협업 툴 '잔디'를 제공하는 토스랩은 코로나19로 영업 사이클이 짧아졌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B2B 영업 사이클이 최소 2달에서 6달 이상까지 걸렸는데, 최근에는 지금 바로, 당장 쓸 수 있게 해달라는 고객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양진호 토스랩 이사는 "지난 몇 년간 여유가 생기면 그 때 스마트워크, 리모트워크를 도입해보자던 회사 결정권자들이 뭐든 빨리빨리 더 해보자고 하신다"며 "이분들이 실제 재택근무를 해 보니 생각보다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가장 큰 허들은 기성세대의 인식 변화라며 스타트업이나 IT 기업이 아닌 제조·건설·금융·병원 등에서의 비대면 서비스 성공사례를 많이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저희 고객사인 동성 그룹은 60년 넘은 제조화학 회사로 6개 계열사에 1300여 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이분들이 잔디를 사용하면서 구글의 지 스위트나 줌을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를 겪었다"며 "이런 사례로 잠재 고객들에게 원격 근무를 해도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유지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을 위한 IT 서비스를 만드는 나우버스킹의 전상열 대표도 "드디어 고객들 눈에 언택트 서비스의 중요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설레했다. 나우버스킹은 비대면 대기 서비스 '나우웨이팅'과 소상공인을 위한 키오스크 등을 운영하며 여기서 모인 데이터로 소상공인들이 고객 분석 등 I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전 대표는 "상인분들이 오프라인 고객이 언제든지 안 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남기고, 이분들을 다시 끌어모을 방안을 찾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을 묻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서비스가 대면 서비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소상공인들이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언택트에 대한 인식 제고가 채용시장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원격근무에 초점을 맞춘 직군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이사는 "해외의 경우에는 벌써 많은데 국내에도 회사 채용 페이지에 아예 '마케팅 (리모트)', '마케팅(출근)', 이렇게 리모트 포지션 자체가 열릴 것"이라며 "기업과 지원자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도 "이렇게 채용의 물리적 범위가 확장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수급이 쉬워지고, 구직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직업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직업을 갖는, 긱(임시직)이 아닌 N잡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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