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tvN 목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2021년 시즌2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신원호 PD는 기존의 드라마 편성 방식인 주 2회 방송이 아닌 주 1회 방송을 선택했다. 신 PD는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큰 도전이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신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편성 방식이 ‘뉴 노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제작사나 방송사가 주 1회 방송, 시즌제, 사전 제작 등의 풍토가 자리잡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많다. 이에 대해 신원호 PD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5분, 30분, 120분 등 런닝타임의 변화나 3부작, 6부작 등 제작 편수의 변화 같이 드라마 형식이 다양화 되고 이와 함께 플랫폼들이 확장되면서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기 바란다”고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감독. 사진/tvN
신 PD가 언급한대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그렇다 보니 김준완(전경호 분)과 이익순(곽선영 분) 커플을 제외하면 각 인물들 간의 러브라인이 더디게 진행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에 대해 신 PD는 “감정선을 깔아 두긴 했다”고 말했다. 그는 “99즈 다섯 명의 첫 만남 사진에서 이익준(조정석 분)이 채송화(전미도 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채송화의 얼굴에 옅은 홍조가 깔린다”고 힌트를 줬다. 이러한 부분들이 멜로만의 드라마가 아니기에 알아차리면 좋지만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단다.
특히 신 PD는 “멜로에 공을 들이고 시간을 배분하는 순간 작품 전체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마 마흔 살의 사랑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스무살 시절부터 20년이 지나는 동안 수많은 사람과 인연이 스쳐 지나갔을 것. 그 기억들로 매일 뜨겁고 절절히 살아가지 않을 나이”라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멜로의 작법이나 속도가 달랐다고 설명했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유독 채송화 캐릭터에 대한 마음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극중 이익준과 안치홍(김준한 분)의 삼각 관계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신 PD는 “시즌1과 시즌2에서 다뤄질 국면들을 나눠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미 있는 시즌제를 위해서 각 시즌이 보여줘야 할 색깔과 국면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병원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라는 근간은 같지만 그 외의 포인트가 다르게 디자인해야 했단다. 그렇기에 “채송화의 마음도 ‘그 외의’ 포인트에 포함될 수 있는 지점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신 PD는 “결정적으로 극 중 채송화가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준비하며 살진 않지 않나”고 반문했다. 그리고는 “연애에 대한 상처 등의 이유로 채송화가 ‘내가 누굴 좋아하지’라고 선택할 상황이 없었다”며 “시즌1 막판에 그런 상황들이 닥쳤고 다음 시즌에 채송화의 이후 이야기가 그려지지 않을까”라고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 넣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감독. 사진/tvN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현실적이면서도 소소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감성을 전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인물간의 갈등이 크리 크지 않은 채 평화롭게 이야기가 흘려갔다는 평이 이어졌다. 신 PD는 “특출한 악역이 없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가 불편한 것을 싫어하는 성향이 있어서 그렇다”며 “요즘 시청자들도 갈등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기에 짧은 갈등을 던져주고 빨리 전개하고 빨리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했단다.
신 PD는 유독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가장 공을 들이고 제일 힘이 든 ‘캐논’과 ‘어쩌다 마주친 그대’ 합주 장면을 꼽았다. 또한 “하나를 더 꼽자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합주 장면이 기대보다 예쁘게 나왔다”고 전했다. 더불어 환자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최종회 산부인과 장면, 배냇저고리 장면, 윤복이와 송화 장면이 촬영을 하면서, 편집을 하면서, 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린 장면”이라고 꼽았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을 한다. 각자의 개성이 독특한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 PD는 생각했던 모습과 달랐던 배우로 도재학을 연기한 정문성을 꼽았다. 정문성은 신 PD의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유 대위 형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신 PD는 “이우정 작가가 워낙 좋아하는 배우”라며 “생긴 것도 무게감이 있고 캐릭터도 어둡다 보니 연기를 상당히 무겁게 받아들이는 진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도재학을 캐스팅해야 하는데 이 캐릭터가 잘못 연기하면 뻔한 캐릭터가 되겠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때 전미도가 정문성을 언급하며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신 PD는 아는 사이임에도 다시 정문성과 미팅을 했고 다시 보니 낯을 가릴 뿐 웃긴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신 PD는 “웃기려는 자세가 없는데 웃기고 그 안에 페이소스도 있다”며 “진지와 코믹을 모두 소화하는 배우를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그런 배우가 크게 되곤 하는데 정문성이 앞으로 더 큰 배우가 될 것 같다는 생각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신 PD는 “시즌제가 갖는 강점은 못다한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라며 “시즌제 드라마를 처음 경험해 보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이 너무나 새로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시즌2에 관해서는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올 예정이니 방송을 통해 확인해줬으면 한다”며 “시즌2는 올해 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다음 시즌에 대한 말을 아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신원호 감독. 사진/tvN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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