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무서운 속도로 늘면서 자국에만 271개의 애플스토어를 가진 애플이 일부 오프라인 매장을 재폐쇄하는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다시 불붙은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조짐에 통상 매년 9월에 있는 아이폰 시리즈 신제품 출시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22일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치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9일(현지시간) 3만3500여명, 20일 3만3300여명을 각각 기록했다. 미국 확진자수가 3만명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1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특히 플로리다·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사흘 연속 하루 감염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확산 속도에 깜짝 놀란 애플은 감염자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플로리다·애리조나·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 11개 매장을 19일 전격 폐쇄하며 급한 불을 껐다.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애플스토어 문을 닫은 지 3개월 만이다. 지난달 미국 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격화하면서 일부 매장 문을 폐쇄한 데 이어 다시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 폐쇄는 애플의 미국 전체 매장 중 4%에 국한된 일로 당장 매출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벤처캐피털업체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애플의 2600억달러(약 315조원)에 이르는 연간 매출 가운데 오프라인 매장 비중은 약 8% 정도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폐쇄 조치가 애플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19 발원지였던 중국 생산 공장 가동이 올 2분기를 기점으로 정상화하면서 애플의 코로나발 첫 문제였던 '공급 차질'은 어느 정도 해결된 모양새다. 실제로 21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8160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1억1240만대)보다는 27.4% 줄었지만, 지난달인 4월(6900만대)보다는 18.3% 늘었다. 하지만 최근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2분기 실적 발표 회의에서 "주요 북미지역 휴대전화 고객(애플)의 생산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라고 말하는 등 이마저도 완전치 않은 모양새다.
카이안 드랜스 애플 시니어 디렉터가 지난해 9월1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 2019' 중 아이폰11 시리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정작 더 중요한 '수요 감소'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애플을 압박하고 있다. 3월 스마트폰 주요 소비처인 미주·유럽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이후에도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확산 속도가 그칠 줄 모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1일 자체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18만3000여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미국 외 브라질이 가장 많은 5만4700여명의 확진자를 기록했고 인도도 하루 사이 1만 5400여명이 추가 확진됐다.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이대로 이어진다면 소비 감소 주기도 더 길어지게 된다. 이는 통상 9월 신제품을 내놓는 애플의 출시 사이클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한 뒤부터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일정 연기 가능성은 꾸준히 언급돼왔다.
최근 미국 IT매체 '나인투파이브맥' 등 외신들이 "애플이 10월 아이폰12 출시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보도하며 연기설에 불을 지폈다. 3월 미국 증권가를 중심으로 올해 12월 출시나 늦으면 내년 출시를 전망하는 목소리까지 나온 만큼 현 확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출시 시기는 더 늦춰질 전망이다.
이미 애플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최근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간 프리미엄 전략을 펴왔던 것과 달리 흔들리는 업계 처지에 맞게 전작보다 싼 아이폰12 출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껏 움츠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은 아이폰12 출시를 앞둔 애플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코로나19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도 어느 정도 이러한 분위기에 적응된 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요즘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심각하긴 하다.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은 업계에도 당연히 좋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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