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범용성 높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국내 주요 바이오기업들이 기대주를 넘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특정 신약 후보물질에 국한되지 않은 폭넓은 활용성에 가치를 인정받으며 올 들어 시가총액이 큰 폭으로 성장한 모습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알테오젠을 비롯해 제넥신, 에이비엘바이오, 셀리버리, 엔지켐생명과학, 레고켐바이오 등 특화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연초 대비 최대 40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해당 기술에 대한 기대감만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실제 기술이전 등의 성과와 함께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다.
해당 기업들의 성장세는 플랫폼 기술의 특성에 기인했다. 플랫폼 기술은 약물의 복용 편의성 또는 흡수율 등을 높이는 원천기술을 일컫는다. 기반 기술을 통해 타깃물질을 바꿔 적용이 가능한 만큼, 특정물질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신약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나의 신약 후보물질이 실패해도 또 다른 후보물질 도출을 통해 다른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개발사 입장에선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용화까지 1%도 되지 않는 신약개발 과정의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기술 특성상 특정 기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도 독점적 형태가 아닌, 비독점 형태인 경우가 많아 하나의 기술을 활용해 다수 계약 파트너를 둘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 같은 국내 기업들의 플랫폼 기술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를 비롯한 해외 무대에서 협업과 기술이전 성과를 속속 도출해내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상위 제약사 중 한 곳과 1조6000억원 규모의 플랫폼 기술이전에 성공한 알테오젠은 바이오의약품 정맥주사를 피하주사 제형을 변환하는 인간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기술 역시 비독점적 계약으로 체결된 데다, 현재 추가 기술이전을 위한 논의가 상대방과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기대감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방증하듯 지난 1월2일 9700억원 수준이던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지난 22일 4조6942억원으로 389.3% 증가했다. 코스닥시장 시총순위 역시 29위에서 4위로 껑충 뛰었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모두에 뛰어들며 관심을 모은 제넥신 역시 플랫폼 기술을 활용 중이다. 지난 11일 제넥신 관계사인 네오이뮨텍이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하이루킨-7(GX-I7)'이 대표적인 예다. 하이루킨은 림프구 수를 올려주는 사이토카인 일종인 인터루킨7에 제넥신 고유의 지속혈 플랫폼 기술이 결합된 제제로 환자의 림프구 감소와 면역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을 채택했다.
회사가 그동안 면역항암제로 개발해온 하이루킨-7은 현재 임상개발 중인 유일한 지속형 인터루킨-7 혁신 바이오신약으로 면역항암치료 핵심인 T 세포의 증식과 기능 강화를 유도하는 특징이 있다. 하이루킨-7은 현재 메드팩토의 백토서팁과 함께 항암 병요치료제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 역시 체결한 상태다. 다방면에 활용되는 플랫폼 기술의 기대감에 힘입어 제넥신의 시가총액은 연초 1조4898억원에서 22일 2조3980억원으로 60.9% 늘어난 상태다.
이중항체 기반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면역항암제와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같은 기간 시가총액이 1조1054억원에서 1조6995억원으로 53.7% 늘었다. 약물을 뇌까지 전달하기 위한 투과율을 높인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앞서 국내 및 해외사를 대상으로 6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킨데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이중항체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추가적 성과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이밖에 고유항체-약물복합체 기반기술을 활용한 항암제를 개발 중인 레고켐바이오와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 플랫폼 기술이전을 위해 글로벌 대형 제약사와 기술검증을 진행 중인 셀리버리, 염증성 질환 치료를 위한 최초의 작용기전 플랫폼 기술로 비알콜성지방간염 및 구강점막염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엔지켐생명과학 역시 연초 대비 30~80%의 시가총액 증가율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기업의 절대적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지만 최근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들의 성장은 단순 기대감이 아닌 실제 성과와 함께 이뤄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아직 규모 측면에서 개발 완주보다는 기술이전이 최상위 옵션이라는 분석들도 다수 존재하는 만큼 플랫폼 기술은 국내 현재 바이오벤처들에 성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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