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보이콧 차이나' 인도 시장 공략 나선다
중국·인도 사이에서 '표정 관리 중'…제품 출시·가격 인하로 적극 대응
2020-06-25 05:51:00 2020-06-28 15:23:56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중국과의 국경 분쟁으로 인도 내 '반 중국 정서'가 심화하면서 삼성전자가 때아닌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인도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점유율을 내줬던 삼성전자는 잇따른 제품 출시와 가격 인하 정책으로 시장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4일 중국과 인도의 국경 충돌 이후 인도인들이 중국 국기를 불태우는 등 반중 정서와 함께 중국산 제품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같은 분위기로 인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가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스마트폰 '파인드X2'의 인도 시장 공개를 미뤘다.
 
이 때문에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에 인도 시장을 내줬던 삼성이 이를 계기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저가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인도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10대 중 8대가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산 제품들이다. 
 
일단 삼성 측은 오래전부터 인도 시장을 주목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만큼 특별히 새로운 마케팅 전략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인도는 이전부터 공을 들여오던 시장"이라며 "국경 분쟁으로 인해 현지 전략 등이 크게 바뀌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인도 시장 자체가 잠재력 등을 고려할 때 평소에도 마케팅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라 새로운 접근 방식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 외 중국이라는 고객까지 고려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이번 사태에 중립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다. 다만 '13억 인구의 거대 시장' 인도 내에서 불매 운동 대상까지 된 '최대 경쟁자' 중국의 위기는 하락세에 있던 스마트폰 점유율 등으로 고민하던 삼성에 충분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 아마다바드에서 중국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미 삼성은 국경 문제가 불거진 이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인도 매체 '인디아TV'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 주 현지에 라이프스타일 TV인 '더 세리프'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 19일에도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과 10개의 새 스마트TV 제품을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GfK가 발표한 지난해 인도 스마트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4.5%로 1위를 차지했다. 오프라인 비중에서 31.5%로 1위에 올랐으나 온라인 부문에서는 8.3%로 샤오미(41.9%)에 뒤졌다. 삼성의 이번 제품 출시는 스마트TV 온라인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인도 내 프리미엄 TV 수요를 잡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세계 2위 인구 대국인 인도는 중국만큼 빈부격차가 심한 까닭에 프리미엄 제품군에 대한 수요도 꾸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인도 현지에 꾸준히 중저가폰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7일에도 중저가폰 '갤럭시A21s'를 출시했다. 19일에는 '갤럭시노트10 라이트' 모델 가격을 기존보다 4000루피(약 6만3000원) 낮추며 소비자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1억5200만대로, 북미(1억6300만대), 중남미(1억5500만대)와 견줄만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삼성은 2017년까지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 지위를 갖고 있었으나, 현재 샤오미에 1위를 자리를 내줬으며, 지난해 4분기부터는 중국 비보에 2위도 빼앗겼다. 또 4위 업체인 오포에도 쫓기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1차 미중 무역분쟁 당시에도 미국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삼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나"라며 "인도 TV 시장에서 샤오미보다 일본의 소니가 더 삼성의 경쟁자일 수 있다. 이번 분쟁으로 인해 TV보다는 스마트폰 부문이 더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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