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사내이사의 개인별 보수 현황. 사진/교보생명 2019년 사업보고서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회장과 이석기 전 교보생명 부사장이 수억원에 달하는 사내이사 격려금을 셀프 수령했다. 이미 정기상여금과 성과급, 인센티브가 책정된 상황 속에 기타 근로소득에 '격려금'을 신설했는데, 보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지 않고 지급됐다. 사측은 임금단체협약에서 기준을 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5일 교보생명의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내이사를 지낸 신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은 '기타근로소득' 격려금으로 각각 2억1200만원, 1억6400만원을 수령했다.
임금단체협약에서 합의된 '격려금' 수령 대상에 임원이 포함된 경우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한다. 통상 금융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매 결산기의 보수 한도를 정하고, 개인별 지급 금액은 그 한도 내에서 이사회의 결정을 따른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사내이사 격려금 안건은 작년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교보생명의 2019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총 4회의 보수위원회가 소집됐지만 임원 성과평가 등급 결정만 심의했다. 격려금 지급 결정의 건은 찾을 수 없다. 교보생명은 주주총회에서도 이사 보수 총한도액만 의결했다.
특히 지난해 신 회장과 이 전 부사장이 받은 기본급 100% 수준의 고객기반 확대 격려금은 지급과 지급율 등이 신설된 것임에도 그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례는 특별성과급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이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의 보수한도액 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을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임원이 자신에 대한 이익 분배를 인건비로 위장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교보생명의 임원 격려금 절차는 정부의 공식 민원 창구인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접수되며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보수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보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답변했다.
금융위는 "일반적으로 보수에는 급여, 상여금 등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직무수행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일체의 대가가 포함된다"며 "임금 및 단체협약 합의에 따른 격려금은 지급의 사유, 일시적 급무 여부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때 보수 개념에 포함된다면 지배구조법상 보수의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답변했다.
교보생명은 보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사내이사에 격려금을 지급한 것에 대해 법상, 절차상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간 임급교섭 합의내용, 범률검토를 거쳐 임원의 격려금 지급을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사후 승인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 판례도 사후승인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사전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상법 내지 주주총회 결의에 위반되지 않으며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보수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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