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우학교 출범은 대안학교의 필요성과 방향이 논의되던 1997년으로 거슬러간다. 성·계급·인종·종교·장애 여부를 떠나 인간을 존중하고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상생(相生)'을 모토로 2003년 개교했다. 17년이 흐른 지금, 이 학교 졸업생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공교육의 혁신 모델을 선도했다고 평가받는 이 학교와 관련된 서적 '이우학교를 나오니 이우학교가 보였다(동하)'가 나왔다. 2기 졸업생(32세)부터 8기(26세)까지 14명의 필자가 참여해 졸업 후 '각자의 길'을 보따리 풀듯 풀어놓는다.
필진 중 일부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이우에서 다녔고, 일부는 고등학교만 이우에서 다녔다. 대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0년 안팎이 된 청년들이다.
책은 왜 이우학교가 공교육의 혁신 모델로 평가받는지 이들의 사례를 통해 대답을 갈음한다. 핵심은 학교가 이들에게 단순한 주입식 공부보다 ‘어떻게 사는가’를 가르쳤다는 것.
보통의 학교와 달리 학생들이 배운 것은 잘 넘어지는 법이다. 실패 후에는 또 다시 일어서는 법을 학교로부터 배운다. 졸업 후 험난한 세상을 버텨낼 근육을 키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학입시에 매몰되기 보다 교사들은 지식이 아이들의 내면에 가 닿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시아 국가 탐방, 연극 프로그램, 농촌 봉사활동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장려하고 이사회,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활발하게 토론한다는 것도 이 학교 만의 특장점이다.
책은 이우학교의 가르침을 졸업생 14명의 각기 다른 삶의 무늬로 확인시켜준다.
대기업에 취업해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졸업생도 있고, 사범대 졸업 후 교사로 재직 중인 자, 마을에서 대안적인 삶을 살고 있는 자도 있다. 인문학 스타트업 대표, 인디 뮤지션이 돼 사회와 호흡하며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이들도 있다.
대안학교를 심중에 품고 있는 학부모들이나 교육 연구자, 교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김철원 이우중고등학교 교장이 서문을 썼다.
"삶은 언제나 빛과 그림자를 같이 품고 있다. 수없이 무너지면서 또 여러 번 나아가는 것이 삶이다. 아이들의 문장에서 그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완료가 아니라 진행으로서의 삶, 완벽한 깨달음이 아니라 여전히 회의하고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시도하고 실험하는 상상하는 삶, 거기에는 문득 인간적인 것이 있어서 가끔 뭉클하기도 했다."
'이우학교를 나오니 이우학교가 보였다'. 사진/동하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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