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달라지지 않은 통합당의 '장내투쟁'
2020-07-03 06:00:00 2020-07-03 06:00:00
미래통합당이 2일 다음주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 이후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지 대략 일주일만이다. 통합당의 국회 복귀 의사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추경 심사에 불참해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보이콧 이후 줄곧 원내투쟁을 강조해왔다. 국회 밖에서 여당과 싸우는 것보다 국회 안에서 싸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황교안 대표 체제의 과오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정부여당의 정책에 일일이 반대해 걸핏하면 장외로 나가 투쟁을 일삼았던 당 지도부 행보의 결말이 총선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국 명분없는 장외투쟁은 국민들에게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 원내대표가 원내투쟁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간 통합당의 행보는 정확히 말하면 '원내투쟁'이 아닌 '장내투쟁'이었다. 원내투쟁은 국회 상임위 일정에 참여해 싸우는 것을 의미하지만 통합당의 행보는 그렇지 못했다. 장외투쟁과 다를 바 없는 장내투쟁이었다. 다른 정당들이 예결위에 참석해 추경심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통합당은 기자회견과 방송출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 등을 통해 추경안의 문제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의 의회독재 규탄' 리본을 제작해 의원들이 착용하기도 했다. 여론전을 통해 여당 독주의 부당성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국정운영에 따른 결과물과 국회 파행의 책임은 야당보다 여당에 있는 것이 정석이다. 다만 야당의 습관적 국회 보이콧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보이콧은 성과 없이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보이콧에 나설 때 명분도 대부분 여당 독주에 대한 항의성 차원이었다. 통합당이 21대 국회에서는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진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내부라는 공간만 바뀐 장외투쟁이다.
 
통합당이 국회에 복귀에 원내투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지금이라도 추경 심사에 짧은 시간 만이라도 참여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자체 상임위원 명단을 속히 제출해 국회 일정에 참여해야 한다. 추경심사는 야당이 여당의 일방주의에 항의하는 수단으로 심사를 보이콧해버릴 사안이 아니다. 이제라도 조건 없이 등원하고 진짜 '원내투쟁'에 나서길 바란다.
 
박주용 정치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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