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회계부정' 휘문고, 자사고 지위 박탈
전국 최초 교육감 직권 취소…2025년 일괄 폐지 이전 결정
2020-07-09 13:52:43 2020-07-09 13:52:43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수십억원대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휘문고등학교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당했다. 교육감 직권 취소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일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연 끝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포함해 관련 법령에 따라 휘문고의 지정 취소 절차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지난 2018년 민원감사를 통해 회계 문제를 확인하고 경찰 고발한 바 있다. 학교법인 휘문의숙 김모 명예 이사장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A교회로부터 학교 시설 사용료 명목의 기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총 38억2500만원의 공금을 횡령했다. 게다가 학교법인 카드 사용 권한이 없는데도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억39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사용하는가 하면 카드대금 중 일부를 학교 회계에서 지출하기도 했다.
 
또 휘문고 행정실장을 겸임한 박모 당시 법인 사무국장은 횡령에 공모하면서 자신도 2000만원을 부정하게 챙겼으며 명예 이사장의 아들인 민모 당시 이사장 역시 모친의 횡령을 공모·방조했다.
 
이후 김 명예 이사장은 1심 선고 전 사망해 공소가 기각됐고, 민 전 이사장과 박 전 사무국장은 지난 4월9일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게다가 휘문고는 2018년 종합감사에서도 학교 성금 등의 회계 미편입 및 부당 사용, 학교회계 예산 집행 부적정 등 총 14건의 지적사항을 받았다. 48명이 신분상 처분을 받고 재정상 처분은 총 1500만원에 이르렀다.
 
이번 취소 절차는 그동안 통상적으로 진행되던 운영 성과 평가와는 다르다. 5년마다 이뤄지는 운영 성과 평가는 자사고 등이 지정 목적에 맞는 운영 여부를 평가한다. 교육부가 오는 2025년 자사고·국제고·외고의 일괄 폐지를 결정하면서 더이상 시행되지 않는 제도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휘문고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에 해당해 5년을 기다릴 필요없이 교육감 직권으로 일반고 전환이 결정됐다. 시교육청은 범행이 중하고 대법원 판결이 난 만큼, 전국 최초의 직권 취소가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회계 부정 액수, 기간, 죄질 등이 중해 지위 박탈할 정도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후 절차는 여타 지정 취소 결정된 학교들과 동일하다. 청문 절차를 통과하면 교육부의 지정 취소 동의가 필요하다. 시교육청이 교육부 동의를 얻으면 2021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되며,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에 대해서는 졸업할 때까지 당초 계획된 자사고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감사 결과 발표 때도 사학비리는 적당히 타협할 수 없는 척결의 대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앞으로도 사학비리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해 공공성과 책무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대강당에서 제2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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