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되지 않는다.
13일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동재 전 기자의 신청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쯤 개최된 부의심의위원회는 민주언론시민연합 고발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결했다.
부의심의위원회 관계자는 "같은 사건에 대해 이미 부의 결정이 있어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될 예정이고, 해당 절차에서 피의자의 의견 진술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는 등 이유로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기자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가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 예정인 상황에서 자신이 신청한 전문수사자문단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로 소집이 중단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였다.
부의심의원회의 이날 의결에 대해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조차 못하게 한 결정에 대해 심히 유감"이란 입장을 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이동재 측은 본건의 기소 여부 이외에도 절차적 형평성, 압수수색의 불법성 등 수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고자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한 것"이라며 "이철과는 신청 범위가 다르기에 종합적인 논의를 기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실질적인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이철의 권리만 중요하고, 직장에서 해고된 채 공공연히 구속 수사가 운운 되고 있는 이동재 인권의 무게가 서로 다른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기자가 피해를 본 명예훼손 사건은 이철에 비해 훨씬 중한 피해를 봤음에도 실질적인 진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바 신속한 수사 진행을 부탁드린다"고 검찰에 요구했다.
앞서 이 전 대표도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이후 같은 달 29일 개최된 부의심의위원회는 이 사건을 수사심의위원회에 부의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수사심의위원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도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를 신청했다. 한 검사장은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재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오늘 수사심의회 개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신라젠 로비 관련 취재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형태로든 기자나 제보자와 검찰 관계자를 연결해 준 사실도 없다"며 "부산고검 차장이 서울남부지검의 수사에 관여할 위치도 아니고,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수사 때문에 문책성 인사를 받은 부산고검 차장이 현 정부 인사에 대한 서울남부지검의 수사를 현 정부에 의해 서울 요직으로 다시 재기하기 위한 '동아줄'로 생각했다는 것도 황당한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특정 세력이 과거 특정 수사에 대해 보복하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소위 '제보자X'를 내세워 '가짜 로비 명단 제보'를 미끼로 기자를 현혹해 어떻게든 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집요하게 유도했으나 실패했고, '유모씨에게 돈 안 줬어도 줬다고 하라'는 등 존재하지 않는 녹취록 요지를 허위로 조작해 유포한 '공작'이 본질"이라며 "그 전말이 관여자들 SNS 등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이 '공작'이냐, '협박'이냐는 양립할 수 없는 사실관계이므로 공작의 실체가 우선 밝혀져야만, '제보자X' 측이 협박 또는 강요미수를 당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며 "그러나 공작을 기획하고 실행한 쪽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 반면, 공작을 주도한 쪽에서 우호 언론, 민언련 등 단체를 통해 고발 단계부터 유포한 '프레임'대로 공작의 피해자인 저에 국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지난 10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이날 각각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냈다. 다만 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르면 심의위원회를 신청할 수 있는 사건 관계인을 '기관고발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 단체의 신청이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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