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박원순표 그린뉴딜'…대한항공, 송현동 매각 새 국면
송현동 공원화, 고 박 전 시장 핵심 정책
박 전 시장 죽음에 무산 가능성 '솔솔'
대한항공, 캠코 통한 매각도 '만지작'
2020-07-17 06:04:08 2020-07-17 06:04:08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각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죽음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송현동 공원화 정책의 중심이었던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이 계획이 흐지부지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정부가 기업의 자산을 매입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대한항공이 이를 이용해 송현동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는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재입찰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매입 프로그램 이용 등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는 서울시 종로구 소재로, 박 전 시장이 공원화를 추진했던 곳이다.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매입을 원하자 대한항공은 민간기업 등 다른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서울시가 매각가도 희망보다 적게 부르면서 잡음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공원화를 강행하자 대한항공은 재입찰을 통해서라도 새 매수자를 찾는다는 계획이었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이 지난달 서울시의 송현동 땅 매입을 반대한다며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힘 잃은 '박원순표 정책'…송현동 공원화도 무산될까
 
송현동 부지 공원화는 박 전 시장이 '서울판 그린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박 전 시장과 비서실장, 특보단 등 지방별정직 간부들이 중심이 돼 추진했던 정책이다. 하지만 박 전 시장 사망으로 별정직 30명가량이 한꺼번에 사직하게 되면서 이 정책도 구심점을 잃게 됐다.
 
정책 추진을 위한 중심 인사들이 사라진 가운데 서울판 그린뉴딜은 큰 예산이 필요해 시 공무원 대다수가 반대했다고 알려지며 송현동 공원화 또한 무산 가능성이 제기된다.
 
만약 서울시가 송현동에 손을 떼면 새 매수자 찾기도 훨씬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각종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긴 하지만 경복궁 옆 금싸라기 땅에 있어 위치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아직까진 공원화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6월에 대한항공에 매각을 위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며 "캠코가 송현동 땅을 사도 공원화 계획은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최근 박 전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며 "고인이 아꼈던 서울시정에 공백이 없도록 각별히 챙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 소유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 전경. 사진/뉴시스
 
안 팔아도 될까?…새로운 선택지 등장
 
대한항공이 서울시 매각과 재입찰을 두고 고민하는 가운데 새로운 선택지도 생겼다. 애초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 매각을 결정한 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었는데 캠코가 기업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보유한 건물이나 사옥, 항공기 등을 캠코가 적정 가격으로 팔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프로그램 전체 규모는 2조원으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5000억원 이상 받고 판다는 방침이다. 특히 매각한 자산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기업이 다시 매입할 수도 있어 사실상 송현동 부지를 팔지 않아도 될 여지도 있다. 캠코는 오는 17일부터 희망 기업들의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업계에서는 쌍용자동차 자산과 함께 송현동 부지를 유력한 프로그램 대상으로 보고 있다. 캠코가 '향후 매각이나 개발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동산'은 제외한다고 하면서 서울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송현동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선도 있지만 공원화 정책 자체가 무산 위기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산되지 않더라도 '상기 제외 사유에 대한 충분한 보완·치유 방안이 확보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인수 검토가 가능하다'는 예외 조항도 있어 신청 자격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캠코 프로그램 이용을 비롯해 재입찰 등 여러 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무엇을 선택하던 제값을 받고 매각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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