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컨테이너선 운임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물동량이 감소한 가운데 선사들이 운임 하락을 막기 위해 선복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해운업계가 계절적 성수기에 들어서면서 수요 회복을 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해양수산개발원(KMI)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전년 동기 대비 200이상 높은 1033.58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주와 비교해 21.6 떨어졌지만 작년 평균 810.9에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주에는 1055.13으로 올해 들어 컨테이너운임지수가 가장 높았다.
항로 별로 보면 아시아-유럽항로 운임은 1TEU(길이 20피트 컨테이너 박스 1개)당 920달러, 아시아-북미항로(서부 기준)는 1FEU(40피트 컨테이너, 1FEU=2TEU)당 2783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250달러, 1000달러 이상 높았다. 특히 북미항로 운임은 지난해 최고치 2114달러를 훌쩍 넘긴 것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SM상선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은 줄었다. 5월 누적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7.7% 감소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보다 운임이 높다. 선사들이 선박을 대거 결항(블랭크세일링)한 덕이다.
최건우 KMI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유럽에 비해 북미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커, 동 항로 운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북미항로보다 유럽항로에 대한 임시결항이 더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소속 대형 선사들을 중심으로 블랭크세일링이 실시되고 있다. 최근 전체 선박 중 운항하지 않고 정박 중인 선박을 나타내는 계선율은 10%로 치솟았다. 전체 선대 2300만TEU 중 230만TEU 규모의 선대가 운항하지 않고 해상에 떠있는 것이다.
지난해 초 계선율이 2~3%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선사들은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를 앞두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배기가스 세정장치(스크러버)를 달아왔다.
스크러버 설치를 위해 선박들이 조선소로 들어가면서 계선율은 작년 말, 5%를 넘겼지만 이처럼 10%까지 치솟지는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사들이 예상보다 선박을 많이 뺐다"며 "선박이 부족해 미국 일부 항만은 싣지 못한 화물이 가득해 체선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선박을 빼니 공급부족에 운임 상승을 부채질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년 동안 이렇게 높은 수준의 운임을 본적이 없다"며 "운임변화의 틀이 모두 깨졌다. 매우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선사들의 블랭크세일링이 지속될 경우 운임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해운업계가 성수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3분기는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 등을 앞두고 소비가 급증해 물동량도 늘어난다.
코로나19 사태로 예년 수준만큼 늘어나긴 어렵겠지만 수요가 소폭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이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10월까지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처럼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상반기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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