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서울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대해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며 '해제불가'로 정리한 것은 주택 공급확대를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보다 투기세력 자극 우려가 더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는 '행정수도 완성'이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갖고 주택공급 물량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면서 크게 세 가지 사항을 결정했다.
우선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그간 검토해 왔던 대안 외에 주택 용지 확보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확보키로 했다. 또한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 나가기로 했다. 끝으로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83만㎡)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선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린벨트 해제 논란은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하다면 공급 대책으로 점검할 수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촉발됐다. 이후 당·정·청 주요 인사들의 다양한 발언이 엇갈리면서 혼선이 커졌지만, 이날 문 대통령의 교통정리로 그린벨트 문제는 일단락 됐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시중 유동자금이 3000조원을 넘어섰다"며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부분'이 아닌 건전하고 생산적인 투자에 유입될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 투자 촉진 △건전한 금융시장 활성화 등을 정부의 최우선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세제 개편 등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과도하게 몰린 유동자금을 증시와 기업 투자 시장 등으로 흘러가게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여당이 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전국균형발전'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단순히 수도권 주택 공급만 늘리는 방안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서울·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 완화를 위해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가 의견을 모은 '태릉 골프장' 택지활용은 인근 육군사관학교 지방이전 논의와 연결된다. 청와대 수보회의에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이 이례적으로 참석해 '지방 혁신생태계 구축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권 내 일종의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교감 여부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여야 논의를 살펴보겠다. 국민 여론 또한 살펴보겠다가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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