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정부가 수도권 집값안정을 위해 8년 내 26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8·4대책'을 발표했지만, 막상 여당 내 불만의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시작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5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구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공공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 지역은 안 된다'고 하면 안 되지 않나"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주택을 만들더라도 층수를 다양화하거나 주거 여건을 좋게 해달라는 건설적인 제안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서울 마포구(서부면허시험장 3500가구)·노원구(태릉골프장 1만 가구)와 경기도 과천시(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4000가구) 등에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주당 우원식(서울 노원을)·김성환(노원병)·정청래(마포을)·이소영(경기 의왕·과천) 의원은 교통문제 및 임대주택 비율문제 등을 이유로 공개 반발했다.
여기에 '8·4대책' 실효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수요억제 위주의 정책을 펴온 정부가 대량 공급방안을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실제 효과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공급확대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 과밀화와 부동산 투기만 부추길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무주택 실수요자를 분양시장에 대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실입주로 이어지는 약 2~3년 뒤 공급효과가 가시화되기 때문에 단기적 집값 안정보다는 중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공공재건축 사업은 5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하고 나머지 개발이익의 90%도 환수한다"며 "조합원들이 참여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 정부가 공공재건축을 통해 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공급확대는 집값상승과 투기조장만 부추길 뿐"이라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700만 채를 시장에 내놓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재건축 사업 규제 완화 조치가 수도권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4일 수도권 집값안정을 위해 '8·4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노원구는 대상지역 중 하나인 태릉 골프장에 1만 세대가 건설될 경우 교통체증이 가중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5일 서울 노원구 태릉 골프장 일대.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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