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남 하동군과 전남 구례군, 충남 천안시를 잇따라 방문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복구상황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얼마나 빠르게 지원이 되느냐가 관건이라는 점을 실감했다"며 "속도감 있는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남 하동 화개장터다. 문 대통령은 시장 점포들을 둘러보고 "화개장터는 영호남 화합의 상징인 곳이어서 온 국민들이 화개장터의 피해에 굉장히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함께하고, 중앙정부도 함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하루라도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격려했다.
집중호우 피해현장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를 찾아 상인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윤상기 하동군수와 김종영 화개면장은 침수 피해상황 등을 보고했다. 윤 군수는 "이재민이 400세대고 건물 침수가 336동"이라며 "섬진강의 하상이 너무 높아져 물을 담지 못했고, 상류 댐 3곳을 동시에 방류하면서 침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TV 보도를 통해 봤지만 직접 보니까 얼마나 피해가 큰지, 주민들이 얼마나 상심을 받고 있는지 생생하게 느껴진다"며 "대통령의 현장 방문이 부담을 주거나 누가 되지 않을까 망설여지는 면이 있지만, 직접 와야 행정과 재정 지원도 속도를 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댐 방류로 침수 피해는 불가피하게 입었지만 하동군을 중심으로 민·관·군이 협력해 주민들을 대피시켜 인명피해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낸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며 관계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전남 구례군으로 이동, 구례5일시장 상인들을 격려하고 제방 및 도로 유실 현장을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폐사한 소로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에게 "(가축을 키우느라) 오랜 시간 노력했는데 그것이 일순간 무너지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라며 "특별재난지원 금액도 높이고 정부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지원이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집중호우 피해현장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폭우로 무너진 전남 구례군 서시1교 밑 제방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충남 천안으로 자리를 옮겨 병천천 제방유실로 큰 피해를 입은 비닐하우스 농가를 둘러보고 농민들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의 수해현장 방문은 지난 6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을 찾은 데 이어 두 번째다. 영남·호남·충청을 하루에 다 방문한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이동 거리만 767km에 달하고 9시간 이상 소요된 강행군이다. 실무에 필요한 최소인원만 수행하고 현지 관계자들도 최소화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시간을 아끼고 현장 방문에 충실하기 위해 KTX에서 보고받고 식사도 열차 안에서 도시락으로 해결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화개장터에서는 간담회 참석자를 놓고 한바탕 소란이 빚어졌다. 미래통합당 소속 하영제 국회의원과 이정훈 경남도의원 등이 간담회 입장을 거부당하자 그 일행이 "독재가 따로 있나. 이게 독재"라며 거세게 항의하며 20여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청와대 측은 "현장인원 간소화를 위해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명단에서 뺐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이날 오전부터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를 방문해 수해복구에 동참했다. 비공개 일정이었지만 지역주민들로부터 화제가 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지난 2017년 7월에도 폭우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를 찾아 가재도구 정리와 세탁물 건조작업 등에 참여한 바 있다.
역대 대통령 부인 가운데 주민들과 함께 수해현장 복구작업에 참여한 이는 김 여사가 유일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수해현장을 방문해 구호물품을 전달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12일 강원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 마을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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