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회 폐쇄가 현실화되면서 정치권이 비대면·원격 국회를 가동하기 위한 대비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정기국회 일정 차질을 우려해 이제라도 언택트(비대면) 시대에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본회의에서 원격 표결과 원격 출석을 허용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에서 국회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표결을 진행할 수 있는 이른바 '원격 표결'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본회의에서 원격 토론은 진행할 수 있지만 원격 표결은 불가능하다. 국회법이 '표결을 할 때 회의장에 있지 아니한 의원은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취재했던 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국회 일부 건물이 폐쇄됐다. 사진은 27일 오전 국회의사당 출입구가 봉쇄돼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원격 표결을 도입하면 의원들이 자가격리 되거나 국회 건물이 폐쇄되더라도 온라인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지난 4~6월 동안 원격 표결이 선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영국 역사 최초로 하원위원회 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원격 전자 표결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에 국회에서도 원격 표결과 원격 출석 실시를 위한 관련 법들이 발의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확산, 천재지변 등 긴급상황 발생시 원격 출석과 원격 표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국회법을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의원이 국회에 참석하기 어려운 경우, 국회의장의 허락을 받으면 원격으로 본회의장에 출석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조명희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정감사 참고인의 원격 출석 가능하도록 하는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참고인이 질병, 부상, 해외 체류 등 사유로 국회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원격 출석을 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등이 실시될 경우 참고인의 비대면 출석이 가능해진다.
국회 사무처도 원격 표결 근거 조항을 담은 개정안 의견을 준비 중이다. 또한 온라인 의원총회 등을 위한 네트워크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각 의원실에 웹캠과 헤드셋 등 화상회의에 필요한 장비도 지급할 방침이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과의 회동에서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격 표결 시스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야 지도부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국회 내 비대면 시스템 구축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악용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격으로 진행하는 회의 출석과 표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지 여부가 관건이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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