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이 현금 자산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등으로 경기침체와 내수불황, 실물경제 위축이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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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57개 증권사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총 23조9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3조328억원)보다 84.12%(10조9632억원)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최대다.
현금성자산(Cash equivalent)은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일종의 대기 투자자금으로 현금이나 수표, 예·적금뿐만 아니라 발행어음, 양도성예금증서 등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 등이 포함된다. 작년보다 현금·현금성자산을 늘린 증권사는 전체의 77%인 44곳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자 신규 투자보다는 현금을 쌓아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3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추가증거금 요구) 사태가 발생했던 만큼 유동성 관리 필요성도 커졌다.
현금·현금성자산 증가폭이 가장 큰 증권사는 BNK투자증권으로 조사됐다. BNK투자증권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상반기 16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3449억원으로 1936.72% 급증했다. 이밖에 키움증권과 하이투자증권, 한양증권의 증가율도 각각 553.58%, 508.39%, 502.02%로 크게 늘었다.
금융당국 또한 차환리스크에 대비한 유동성 관리와 환매조건부매매(RP)시장 효율성·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환매조건부매매(RP)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매도 잔액의 일정비율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하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으며, 오는 9월부터 최소증거금률 적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연초 코로나19로 단기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함에 따라 ELS 마진콜과 자산담보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 관련 위험이 부각됐다"며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현금성자산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운용이익 여건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냐에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해 꾸준히 점검하고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모습.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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