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건설, 수백억 들인 개발 기술…90%는 상용화 미정
상용화 단계 밟는 타사와 대조…“비용 대비 활용 못해 아쉬움”
2020-09-03 13:59:09 2020-09-03 13:59:0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SK건설이 돈을 들여 기술을 개발했지만 대다수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신기술, 특허 등으로 확보한 기술 10개 중 9개는 상용화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다. 개발한 기술을 상용화에 나서는 다른 건설사와는 대조적이다.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도 공사비가 더 많이 들 경우 상용화를 하지 않을 수 있으나, 그간 기술 개발에 투입한 비용을 고려하면 상용화 부진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SK건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공개한 지식재산권 62개 중 90%에 해당하는 56개가 상용화 미정 상태다. 이중에는 발파공법, 시공방법, 지하공간 설계 및 시공 등이 포함됐다. 나머지 6개 중 2개는 경기 화성시 기산동 ‘SK뷰파크 3차’ 아파트에 적용됐고, 4개는 향후 현장 적용 예정이다. 
 
이는 개발 기술의 상용화를 준비하는 다른 건설사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동부건설(005960)은 공개한 8개 기술 모두 상용화 단계를 밟으며 현장에 시범 적용 중이다. 현대건설(000720)은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취득한 지식재산권 14개 중 3개를 상용화했고, 11개는 상용화 단계를 거치고 있다. 대림산업(000210) 건설사업부도 기술 80개 중 48개가 상용화 단계다. GS건설(006360)은 146개 중 77개를,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90개 중 77개가 상용화 단계에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건설사가 개발한 모든 기술이 상용화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려는데, 공사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면 선뜻 상용화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건설산업에서 입찰가격이 중요한 점도 상용화 진입장벽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공공공사 낙찰에는 가격 경쟁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민간 정비사업에서도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는 건설사가 유리하다. 해외에서는 불과 몇 년 전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의 폐해를 겪기도 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기술 자체는 개발에 성공했지만 현장에 적용할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면 지금 당장 상용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예전보다 품질이 나아지더라도 공사비가 두 배 더 필요하다면 상용화 판단을 미룰 수밖에 없다”라고 부연했다.
 
다만 다른 건설사와 비교할 때 SK건설의 기술 상용화 부진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구개발에 해마다 수백억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특허 획득에 따른 무형자산 등록 외에 기술 개발로 인한 실질적 혜택은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상반기 연구개발비로 약 192억원을 투입했고 지난 한해에는 390억원, 2018년과 2017년에는 각각 약 502억원을 쏟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막상 상용화 계획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아 기술 활용이 더딘 점은 산업 발전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SK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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