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발주처의 계약 해지로 미인도 드릴십을 떠안은 국내 조선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저유가·코로나19 악재에 드릴십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은 선주 측의 계약 해지 및 인도 거부 등으로 5척의 드릴십을 보유하고 있다. 드릴십은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 능력을 함께 갖춘 석유 시추선이다.
삼성중공업 보유한 드릴십은 구체적으로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이 발주한 1척과 노르웨이 씨드릴(Seadrill), 그리스 오션리그(Ocean Rig)가 각각 2척씩 발주한 것까지 총 5척이다.
최근 유가하락과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의 가치가 하락했다. 삼성중공업 IR자료에 따르면 5척의 자산가치는 3월 말 15억9000만달러에서 6월 말 12억8000만달러로 19.5% 떨어졌다. PDC로부터 드릴십 1척을 5억2000만달러에 수주했으나 현재 장부가는 2억4000만달러다. 씨드릴과 오션리그로부터 수주한 4척의 드릴십도 당초 계약가에서 각 54%, 61% 낮아졌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사진/뉴시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드릴십 매각 및 용선을 추진해왔다. 드릴십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저가에 매각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나 유지비용 등을 절감하는 측면에서라도 일부 드릴십을 용선으로 활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다.
드릴십 미인도 문제는
대우조선해양(042660)도 겪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미국 밴티지드릴링(Vantage Drilling)으로부터 6억6000만달러에 드릴십을 수주했으나 대금을 받지 못해 2015년 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노르웨이 노던드릴링(Northern Drilling)의 자회사 웨스크코발트에 매각하려 했으나 최종적으로 계약이 불발됐다.
더 큰 문제는 미인도 드릴십이 더 늘어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세계적 시추사 미국 밸라리스(Valaris, 전 Ensco Rowan)는 최근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밸러리스는 현재 대우조선이 건조 중인 드릴십 2척의 선주사로, 지난 2012년 계약해 오는 2021년 9월 인도 예정이었다.
밸라리스가 드릴십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은 계약금의 75% 가량을 받은 만큼 인도되지 않더라도 손실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미인도에 따른 유지비 발생은 불가피하다.
조선사들이 떠안은 미인도 드릴십을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유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면서 드릴십을 원하는 오일메이저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시추시장 특성상 유가 영향을 많이 받는 점을 감안하면 드릴십 매각에 대한 단기 전망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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