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무기한 집단휴진(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하겠다면서도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대생 구제책 마련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전공의가 정부·여당의 의대 관련 정책 '원점 재논의' 시사와 의사 국시 2차례 연기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대생 국시 문제를 또다시 대정부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박지현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체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행한 비대면 간담회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8일 화요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을 1단계로 낮추겠다"며 "이게 비대위 공식 입장이었다"고 밝혔다. 단체행동 1단계는 전공의 전원이 업무에 복귀하고 각 병원별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는 내용이다.
전공의들이 업무복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집단휴진이 재개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대전협 비대위는 "의대생 보호는 당연한 전제"라며 "2주 내 (의대생) 시험을 재응시시키거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연기되지 않는다면 단체행동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한 의과대 학생들을 구제해주지 않을 경우 '집단휴진'을 다시 강행할 수 있다며 의대생을 대정부 협상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31일 의료계의 집단휴진과 의대생의 국시 거부 의사에 시험 시작일을 지난 1일에서 8일로 늦추고 시험 접수 기한을 4일에서 6일로 연장해 준 바 있다. 여기에 대전협이 집단행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응시 접수 기한을 이날 자정까지 다시 연장하며 총 2차례 연기 조치를 취했다.
그럼에도 의사 국시 실기시험 재접수 결과 올해 시험을 치러야 하는 3172명 중 2726명(약 86%)이 응시를 이미 거부했다. 결국 국시 응시 접수 기한 종료 불과 하루 만에 구제책 마련을 촉구하며 국시 문제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의사 국시 추가 연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가고시 접수를 어젯밤 12시까지 열어놓음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드렸다"며 "이제 더이상 저희가 어떻게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추가 접수 불가로 의료 수급 차질이 예상된다는 지적에도 "그렇기에 그런 설명을 충분히 했고 실기 시험도 연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4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게재된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은 이날 기준 서명 인원 43만명을 넘어섰다.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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