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보수단체들이 계획하고 있는 개천절 대규모 거리 집회에 대해 "부디 여러분이 집회를 미루고 이웃과 국민과 함께 해주시길 두 손 모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광복절 광화문 집회 당시 "개별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며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다 코로나19 책임론에 휩싸이자,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사전 차단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지금은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느냐 아니면 무너져 내리고 마느냐를 가늠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절제 있는 분노가 더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을 것을 확신한다"며 "돌아오는 추석 명절과 개천절에는 정부의 방역 준칙을 꼭 준수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발언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스페인독감으로 13만 우리 동포가 사망하는 와중에도 죽음을 각오하고 3·1 만세운동에 나선 선조님들이 생각돼 가슴이 뭉클하고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죄송스러움조차 느끼고 있다"며 "온 국민 뇌리에 너무 깊숙이 각인된 문재인정권의 반칙과 국정파탄의 기억은 지워도 지워도 지워질 리 없다"고 밝혔다.
다만 김 위원장은 당내 반발을 의식한 듯 집회 참여 당원에 대한 징계를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집회 참석자에 대한 당 차원의 강한 징계를 통해 극우 세력과 확실하게 절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집회 참여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설득과 호소 차원의 메시지로 읽힌다.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집회 책임론에서는 벗어나기 위한 차원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당에서도 "대규모 도심 집회는, 중도층 국민들을 불안하게 해서 등 돌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문재인정권에게 좋은 핑계거리만 주게 될 것"이라며 집회 연기를 촉구했다. 다만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주문했다. 안철수 대표는 "만일 개천절 집회에 참석하는 당직자나 당협위원장이 있다면, 출당 등 중징계 하겠다는 방침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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