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14일 미국이 2017년 한반도에서 '핵무기 80개 사용'을 검토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핵무기 사용은 우리 작전계획(작계)에 없고, 한반도 내 무력 사용은 우리나라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국 언론인의 저작물 내용에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대목이 담긴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과의 인터뷰 내용을 담아 오는 15일 발간할 '격노(Rage)'에 따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강행한 2017년, 미국과 북한은 실제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당시 미국은 전면전에 대비한 '작전계획 5027'을 검토했고, 여기에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면 미국은 핵무기 80개를 사용해 대응한다는 계획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 국방장관은 북한의 한 항구 폭격도 고민했지만, 전면전을 우려해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기사에 나온 백악관 내부 스토리의 확인은 어렵지만 당시 상황이 심각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외신에 ‘외과적 수술’(Surgical Strike, 북한 핵무기 시설 타격 작전)이 등장하던 때"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자세히 설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6일 '베를린 구상', 8·15 경축사, 9월 유엔총회 연설 등을 통해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대북메시지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어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월27일 제1차 남북 정상회담, 5월22일 한미 정상회담, 5월26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등을 연이어 개최하거나 중재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궤도에 올리고 한반도 전쟁 위기를 넘겨 평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노력에 김영희 전 중앙일보 대기자는 '역사 속을 뛰어나가는 신의 옷자락, 문 대통령이 잡았다'는 평가를 했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회고록에서 "모든 외교적 춤판(fandango)은 한국이 만든 것"이라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반도에서 핵무기 80개 사용을 검토했다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보도가 나왔음에도 당시 상황이 어떠했고 정부가 일촉즉발의 상황을 어떻게 넘겼는지 언급이 없었다"면서 "현재는 교착상태지만 한반도 평화는 시대정신이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신의 옷자락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맞이해, 오는 22일 열리는 유엔(UN) 총회에서 새로운 대북메시지를 내놓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은 확인드리기 어렵다. 조금 더 기다려달라"며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만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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