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 약세 국면을 면치 못했다. 거기에
신라젠(215600) 사태 등 바이오주들도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없는 상승장'은 상상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반도체는 국내 증시 상승장의 주역이었다.
지난 11월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두 쌍두마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2월까지 시장을 이끌었다. 이후 코로나가 확산, 정책에 힘입은 풍부한 유동성과 4차산업 혁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기대감에 증시는 '언택트',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등 많은 신조어를 낳으며 전 섹터 고르게 반등했다.
2차전지, 5G, 언택트, 정책 수혜주, 제약 바이오 등 너나할 것 없이 출발의 순서만 달랐을 뿐 결국 올랐다. 똑똑한 투자자들은 상승폭이 적은 섹터를 발굴했고, 돌아가며 시세를 분출하는 순환매 장세에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적어도 추격매매와 뇌동매매만 자제했더라면 올해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달콤한 수익을 한번쯤 맛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도체는 어떠한가. 여전히 반등장에서 소외됐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투자와 한일 마찰이 계기가 된 소부장 국산화 굴기 아래 다양한 중소형주들이 강세를 나타냈음에도 정작 두 쌍두마차의 반등은 더뎠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했지만 수익의 달콤함은 크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더욱 그랬다. 개인 투자자들은 올해 SK하이닉스를 약 3조1009억원 순매수해 삼성전자(7조7593억원) 다음으로 가장 많이 매수했다.
메모리 반도체 실적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오지만, 앞으로의 변화는 '비메모리'이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에 적극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그래도 주가가 올랐지만, SK하이닉스는 그렇지 않았다. 미래 설비투자를 위한 증설이 없었다. 상승장에서의 소외는 당연했다.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올해 주가가 하락한 유일한 종목이다. 또한 차트분석에서 주가가 직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할 경우 ‘베어마켓’(Bear market)에 진입했다고 말하는데 SK하이닉스는 2월 중순 고점 대비 20% 넘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이대로 개미들의 무덤이 될 것인가. 필자는 진입 타이밍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 설비투자 부족 등 많은 악재들이 있지만, D램과 낸드(NADN)의 수요는 굳건하다.
특히 하반기 들어 모바일 수요가 회복 중이다. 화웨이 판매가 제한되면서 삼성전자와 오포, 비보, 샤오미 등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4분기 모바일 D램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아이폰 제품도 4분기로 미뤄지면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언텍트 국면 이후 트래픽 증가 및 컴퓨터·모바일 수요 증가로 오히려 D램 수요는 늘었다. 다만 D램과 낸드의 현물가격이 고정 가격을 추월하지 못하는 것이 악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격차가 많이 줄었고 언제가는 현물가격이 고정가격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말 4분기 D램 고정가격이 나오는 시점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로 축적된 재고 물량이 단기적으로 늘긴 했으나, 수요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에 재고는 소진될 것이고, 다시금 재고는 축적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SK하이닉스에 대해 장기투자 관점을 유보하고 싶다. 바닥을 찍고 반등의 기지개를 편 SK하이닉스를 공매도가 재개되는 내년 2월까지 보유한다면, 주가는 지금보다 높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저밸류의 메리트, 안정적인 실적, 돌아올 D램과 낸드의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진입 타이밍은 지금이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김민준 주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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