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은퇴전략포럼)"코로나19, 'Post' 아닌 'With'를 생각해야"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특별강연
"토착화 따른 반복 재유행 가능…현실 받아들이고, 삶의 모습 바꿔야"
2020-09-24 15:10:38 2020-09-24 15:10:38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 속 유행성 전염성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최근 유행철이 돌아온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토착화에 의한 주기적 재유행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철저한 방역습관 준수와 함께 바이러스부터 안전한 삶의 모습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제언이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4<뉴스토마토>·<토마토TV> 주최로 열린 '2020 은퇴전략포럼'에서 '팬데믹시대, 감염병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에 나섰다. 최근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개발 성공이 당장 전염병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을 통한 일상 변화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이기도 한 이재갑 교수는 지난 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 때 현지 파견을 통한 환자 치료 경험과 같은 해 국내 메르스 발생 당시 전국 병원 자문단 활동을 펼친 국내 감염병 분야 대표적 전문가로 꼽힌다.
 
이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시국을 당시 전체 인구의 3분의 1 수준인 5억명의 사망자를 낸 1918년 스페인독감과 비교했다. 치사율 자체는 현저히 낮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감염병의 유행이라는 점과 초기 느슨했던 대응에 재유행을 통한 피해가 급격히 커졌다는 점에서다.
 
그는 "스페인독감 당시 봄에 사망자들이 일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다소 대응이 느슨했는데 이는 올 3, 4월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적었던 유럽 등의 지역에서 나타난 현상과 비슷하다"라며 "스페인독감 역시 가을 유행까지 마땅한 대비를 안하다 2차 유행 때 엄청난 사망자가 발생한 뒤, 다음해 봄까지 다수 사망자를 발생시키며 재유행의 공포를 확인시켰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 대유행 조짐 속 상대적으로 방역 우수국가로 꼽혔던 국내조차 8월 재차 시작된 2차 확산세가 아직까지 진정이 되지 않을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름 휴가철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폭증한 스페인과 1차 위기 당시 국내보다 우수한 방역 결과를 내놓고도 7월 개학과 함께 전염 속도가 빨라진 이스라엘 등의 상황 역시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다.
 
이재갑 교수는 어느 국가나 사회적 거리가 느슨해지면 결과는 마찬가지인 만큼 철저한 방역의 중요성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계절과 무관하게 2차 유행을 겪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백신이 완전해지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나타나 3·4차 위기가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상황을 종식시킬 것이란 낙관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 백신은 영국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국가별 백신 연구가 막바지 단계에 다다랐다. 미국의 경우 내년 4월 연구를 마치고 7월 전체 국민에게 접종하겠단 계획을 밝힌 상태다. 국내 역시 해외 백신을 내년부터 일부 사용 가능하고, 자체 백신은 이르면 내년 말 정도 출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치료제의 경우 다수 후보군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가운데 혈장치료제와 항체치료제가 내년 상용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교수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서 질병이 갑자기 없지는 것은 아닌 만큼 백신 출시 이후에도 외출 최소화와 철저한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 해야 한다"라며 "초기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었던 철저한 국내 방역은 해외 여러 통계가 증명하고, 다수 국가들이 늦게나마 뒤따라 올 정도로 방역 대응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차 대유행이 꺾이면서 '포스트(Post) 코로나'에 대한 언급이 많았는데, 코로나19의 유행은 적어도 1~2, 길게는 3, 4년 갈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다 장기적 토착화 가능성도 존재한다"라며 "없어질 때까지 참고 지낸다는 마음가짐 보다는 '위드(With) 코로나' 현실을 인정하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비대면 중심으로의 삶의 모습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24일 <뉴스토마토>·<토마토TV> 주최로 열린 '2020 은퇴전략포럼'에서 '팬데믹시대, 감염병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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