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 인사를 앞두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공식적으로 검찰 개혁과 함께 조직 안정을 우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과 대립 양상을 보였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이번 인사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박범계 장관은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일선 수사 현장의 인권 보호라든지 적법 절차 같은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검찰 개혁을 위한 인사여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는 역시 조직 안정에 대한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의 요구들이 강한 것 같다"며 "그런 측면에서는 얼마든지 고려의 요소로 삼아야 된다"고 밝혔다. 또 "그래서 검찰 개혁과 조직 안정의 두 가지가 상반된다고 보지 않고, 모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박 장관이 검찰의 조직 안정을 우선으로 고려해 인사를 단행한다면 이성윤 지검장과 심재철 검찰국장이 교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는 지난해 1월23일 '소환 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 지검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윤 총장의 지시로 당시 송경호 3차장검사에게 결재를 받아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직무 정지 당시 법무부의 철회를 요구하는 지검장 성명에 참여하지 않기도 했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직무 정지 사유 중 하나였던 판사 사찰 문건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았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은 윤 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의 심의기일에서 징계위원인 심 국장에 대해 기피를 신청했다. 심 국장은 기피 신청이 제기되자 스스로 징계위원을 회피했고, 대신 판사 불법 사찰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 총장의 징계에 관여한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신성식 부장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KBS의 오보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부터 고소되기도 했으며, 이종근 부장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 과정에 개입한 의혹으로 이 지검장과 함께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박범계 장관은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2일 윤석열 총장과 공식적으로 만났다. 박 장관은 이번 주 윤 총장을 한 차례 더 만날 예정이다. 박 장관은 두 번째 만남에서 검찰 인사에 대한 내용을 추가로 논의할 방침이다.
이들의 첫 만남에서 이 지검장, 심 국장 등 특정 인사에 대해서는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인터뷰에서 이 지검장을 비롯한 이른바 '4인방'에 대한 질문에 "첫 만남에서 그런 구체적인 인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화를 나눈 것이 없다"며 "인사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과 기준에 대해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 차례 더 만날 예정"이라며 "그때는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만나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늦게 윤 총장을 다시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박 장관은 "오늘 다시 만나시나"란 질문에 "뭐 앞으로 또 있을 일들에 대해서는 제가(말하기 어렵다)"라며 말을 아꼈고, "대정부 질문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박 장관과 윤 총장의 두 번째 만남이 이뤄지면 이르면 오는 8일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가 개최되고, 그다음 날 대검검사급 검사에 대한 신규 보임·전보 인사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을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